외손녀/1~2세

소민이의 기억 나무

돌샘 2020. 4. 10. 21:44

소민이의 기억 나무

(2020.4.4.)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느라 손주들을 못 만난 지 벌써 두 달 가까이 되어갑니다. 곧 끝날 것 같았던 방역과정이 점점 길어져 장기전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상황을 이해하고 영상통화도 할 수 있으니 보고 싶은 것 외는 큰 문제가 없으나, 소민이는 이제 겨우 첫돌을 지난 상태니 상황을 이해할 리 만무하지요. 소민이 잠재의식 속에 아빠 엄마하고만 지낸 기간으로 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텐데... 방역기간이 장기화되니 손주들과의 관계도 재고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서로의 건강을 위해 만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이상 증상이 있거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느낌이 들 경우’가 아니면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소민이가 아빠에게 안겨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할애비가 낯선 듯 가만히 쳐다만 보았습니다. 할머니가 오라며 두 손을 내밀어도 한참 망설이다가 아빠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지난 2월 중순엔 아빠 엄마가 지인 결혼식에 다녀오는 동안 조부모와 곧잘 놀았는데...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세월이 조손사이를 서먹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그 땐 걷다가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곤 했지만 이젠 뛰어다니듯 잘 걷습니다. 그간의 세월이 소민이에겐 기어 다니는 방법을 잊어버릴(?) 정도의 긴 시간이었나 봅니다. 소민이가 처음 할애비와 가까워지던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쳐야 했습니다. 공을 굴려주면 할애비 얼굴과 공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자기도 공을 굴리고, 손가락으로 소리를 내면 호기심을 보이며 서서히 경계심을 풀어 나갔습니다. 할머니가 등을 내밀며 ‘어부바~’를 해도 처음엔 멀뚱하게 서있기만 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등에 입히려 다가섰습니다.

 

할머니가 주는 바나나를 받아먹으며 자전거를 타고 색연필로 그림도 그렸습니다. 엄마에게 동화책을 가져와 읽어달라는 듯 내밀기도 하고, 2층 계단도 여러 번 기어올랐습니다. 할머니가 주시는 곰국과 밥을 받아먹으며 기분이 좋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우쭐거리기도 했습니다. 2층 하늘정원에 올라가서는 아빠가 날리는 비눗방울을 잡으러 다니며 좋아했습니다. 빨갛게 핀 철쭉꽃에 관심이 가는지 빤히 쳐다보다가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저녁 무렵에 준모 오빠와 지우 언니가 나타나자 기다렸다는 듯 스스럼없이 어울렸습니다. 오빠와 언니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머리를 만지며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저녁을 먹을 땐 식탁에 앉혀놓고 가끔 과자를 주면 받아먹으며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준모가 드론을 날리자 소민이도 신기한 듯 고개를 젖히고 구경을 했습니다. 소민이가 졸리는지 외숙모에게 다가가 쓱~ 눕듯이 안기고는 편안한 자세로 비스듬히 기대어 누웠습니다. 예전에 못 보던 행동이라 모두들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습니다. 소민이는 외숙모가 부담 없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밤이 이슥하여 집에 돌아가기 위해 차를 타고 안전벨트를 매었습니다. ‘소민아 안녕~’하며 손을 흔들자 소민이도 조부모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소민이가 자라면 지금 일들은 잊어버리겠지만 기억 나무에 잠재의식으로 남아 인격형성에 도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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