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이 ‘짱’이래요
(2020.5.24.)
아침에 내리던 비가 오후 들어 그치자 공기가 한결 상쾌해진 느낌입니다. 소민이가 걸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입술에 피멍 자국이 살짝 보였습니다. 어제 갯골생태공원에 나들이 갔다가 엎어지면서 다쳤다고 했습니다. 거실에 들어서 주위를 한번 훑어보더니 장식장 옆 잡동사니를 놓아두던 곳에 다가섰습니다. 그곳에 있던 물건들이 보이지 않자 이상하다는 듯 두리번거렸습니다. 소민이가 물건들을 가지고 놀다가 자꾸 입에 넣는 탓에 할애비가 치워버린 까닭이지요. 옆방으로 들어가 책장 문을 열어 동화책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양손에 한 권씩 들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다시 할머니와 엄마가 있는 부엌으로 들고 가서 책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동화책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랐지만 소민이는 위치를 알고 있었나 봅니다. 나중에 책을 넣을 때도 여러 개의 문 가운데서 정확히 제자리를 찾아 넣었답니다. 할머니가 웃으며 소민이에게 엄지를 내밀며 “짱이야!”하자, 소민이도 웃으며 검지를 위로 들어 올렸습니다. 웃으며 “짱이야!”하면, 웃으며 따라 하는 것을 보니 자기를 칭찬하거나 좋아하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오렌지를 먹을 때 “소민아~ 할머니 갖다드려라!, 할아버지 갖다드려라!”하면 즐거운 표정으로 지칭한 사람에게 가져왔습니다. 오늘은 헌 스마트폰과 TV 리모콘을 양쪽 귀에 갖다 대고 통화하는 흉내를 내었습니다. 예전엔 유선전화기를 귀에 대고 ‘윙~’하는 신호음을 듣거나 스피커폰 소리를 듣곤 했는데, 이젠 소리가 나지 않아도 비슷한 물건을 이용해 흉내를 냅니다. 주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통화하는 장면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겠지요. 물건의 용도를 판단할 때 모양이 비슷한지 여부를 살피는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볼펜을 들고 메모지에 그리려는 행동을 보여 색연필과 연습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연습장에 그리거나 색칠하는 행동은 잠깐이고 색연필을 케이스에서 꺼내고 다시 넣는 행동을 놀이처럼 반복했습니다. 잘 한다며 박수를 치고 칭찬을 해주자, 필통에 있던 많은 펜들을 모두 끄집어낸 후에 다시 필통에 담는 놀이를 했답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지만, 칭찬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긍정의 힘이 크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소민이 양쪽 겨드랑이를 잡고 들어 올리는 비행기태우기를 하자, 재미가 나는 듯 큰소리로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요즘 주말에 자주 접하게 되자 ‘할머니집’이라는 장소와 할애비에 대한 서먹한 느낌이 많이 해소되었나 봅니다. 할머니가 찾아갔을 때는 반가워하고 좋아했다는데 소민이가 우리집에만 오면 얼음(?)이 되고 서먹한 태도를 보이곤 했지만, 이제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집의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잘 파악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저녁에 소민이는 집에서 가져온 김밥을 먹이고 어른들은 감자탕과 통닭을 먹는데 소민이가 통닭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조그마하게 찢어 먹여보았더니 맛있게 잘 받아먹었습니다. 소민이가 통닭을 처음 먹어보았다는데, 먹는 표정을 보니 앞으로 꽤 좋아할 것 같습니다. 할애비가 2층 복도에서 내려다보며 “소민아~”하고 큰소리로 불렀습니다. 소민이가 어디에서 부르는지 몰라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리더니 위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고 신기한 듯 고개를 젖힌 채 한참동안 올려다보았습니다. 저녁에 아빠의 약속이 있어 다음에 만나기를 기약하며 일찍 헤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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