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이가 어른들을 놀려요
(2020.8.22.)
무슨 그리 급한 일이 있는지, 소민이가 할애비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현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거실 장식장으로 가, 물건을 담아두던 그릇을 찾는 듯했지만 이미 치워놓은 상태였습니다. 전화기를 만지며 놀다가 필통에 꽂혀있는 싸인 펜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뚜껑을 열고 닫는 장난을 하다가 옷에 색을 묻히자, 엄마가 색연필과 연습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색연필을 골라잡더니 연습장 좌우로 힘껏 줄을 그으며 놀았습니다. 할머니가 감자요리를 쟁반에 담아와 먹였습니다. 할머니가 감자를 포크에 찍어 한 조각 건네자, 받아먹고는 포크를 직접 들고 큰 조각을 찍으려 했습니다. 큰 조각을 반으로 나누자, 소민이가 포크로 한 조각을 찍더니 뜻밖에 할애비에게 내밀었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 소민이가 먹으세요~”하며 입에 넣어주자 맛있게 먹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 건넬 줄 아는 마음씨가 예뻐 보였습니다. 소민이가 ‘비행접시 장난감’을 들고 와 끈을 소리 나게 힘껏 잡아당겼습니다. 비행체를 안쪽에 넣어주었지만 아직 공중으로 날리지는 못했습니다. 할애비가 장난감을 받아들고 날리는 시범을 보이다 실수를 하자 소민이가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다시 시도해 비행체가 공중으로 날아오를 때는 고개를 젖히고 구경을 했습니다. 비행체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보고는 얼른 주워 나에게 건네주었답니다.
소민이가 내 스마트폰을 들고 와 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자기가 나오는 동영상을 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창턱에 걸터앉으며 “소민아! 동영상을 보게 할아버지 옆에 앉아~”하자 엉덩이를 뒤로 쭉~ 내밀며 창턱에 앉았습니다. 동영상들이 여러 편 연속 재생되는 꽤 긴 시간동안 집중하여 가만히 쳐다보았습니다. 동영상을 다 보고, 소민이가 다른 놀이를 하며 한참 놀다가 소파에 앉아있는 나에게 다시 스마트폰을 가져왔습니다. “소민아! 할아버지 옆에 앉아야지~”하자, 얼른 소파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평소에도 할애비 말을 잘 듣지만 동영상을 보고 싶을 땐 더욱 공손하게 잘 따른답니다. 여러 가지 동영상 중에 자기가 물놀이를 하는 장면을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몇 번 반복해 보고나자 집중도가 떨어지는 듯, 폰의 여기저기를 마구 눌러대었습니다. 내 폰을 치워버리자, 아빠의 스마트폰을 받아와 동영상을 보며 아무 곳이나 눌렀습니다. 동영상에 자기의 어린 시절 모습이 나오자 보여주려는 듯 내 쪽으로 내밀었습니다.
소민이가 할애비의 손을 잡더니 계단 쪽으로 끌고 갔습니다. 손을 잡은 채 서둘러 계단을 올랐습니다. 계단을 혼자 기어오를 때도 있지만 오늘은 손을 잡고 끝까지 걸어 올랐습니다. 하늘정원 입구로 걸어가 방충망을 여는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안고 밖으로 나가자 주위를 쭉~ 둘러보고는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바닥이 젖은 상태라 내려주지 않으려하자 곁에 있던 할머니에게 가려고 손을 뻗었습니다. 할머니에게 안기자마자 다시 내리려고 힘을 주며 뻗대었습니다. 아침부터 소나기가 제법 많이 내린 터라 물장난을 시키지 않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여벌의 옷을 준비해 오지 않은 탓에, 아빠가 소민이 옷을 벗겨 귀저기만 착용한 상태로 물놀이를 하게 했습니다. 분사기로 물을 뿌리며 신기한 듯 물줄기를 만져보기도 하고 대야에 담긴 물을 휘저으며 놀았습니다. 특히 물을 분사하는 놀이가 호기심과 흥미를 끄나 봅니다. 아빠가 찍은 동영상엔 소민이가 물놀이를 하다가 꽃을 따는 범행(?)장면이 녹화되어 있었답니다.
소민이가 좋아하는 귤을 까서 먹였습니다. 한두 조각 받아먹고는 할아버지 먹으라는 듯 귤을 내입으로 가져왔습니다. 기특한 생각이 들어 웃으며 “소민이 착하네. 소민이가 먹어~”하자 그제야 자기 입에 넣었습니다. 저녁 후식으로 수박이 나왔을 땐 소민이가 수박을 계속 내입에 넣어주는 바람에 나는 손을 대지도 않고 실컷 먹었답니다. TV 어린이 프로를 함께 보다가 어느덧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빠에게 안겨 있는 소민이에게 두 팔을 내밀며 “소민아! 주차장에 내려가게 이리 와~”했더니 얼굴을 반대방향으로 획~ 돌리며 싫다는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몇 번 그러고 난 후에 나에게 안겨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빠가 소민이를 좌석 안전시트에 앉히려고 오라며 손을 내밀자 내게 안긴 채 싫다는 듯 얼굴을 돌렸습니다. 엄마가 소민이에게 팔을 내밀어도 장난치듯 얼굴을 돌렸습니다. 옆에 서있던 할머니가 소민이 장난낌새를 알아차리고 마음을 떠보려 “소민아! 아빠, 엄마가 집에 가는데 빠이빠이 해라”고 하자, 잘 가라는 듯 손을 흔들었습니다. 소민이가 어른들 머리 꼭대기에 앉아 “설마, 나를 두고 가지는 않겠지.”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조부모와 아빠, 엄마를 실컷 놀린 후에야 안전벨트를 매고 조부모에게 손을 흔들며 웃었답니다.
오늘은 태어난 지 18개월 된 손녀가 조부모는 물론이고 아빠, 엄마를 실컷 놀렸습니다. 그리고 할애비에게 인정스럽게 감자며 귤이며 수박을 포크에 찍어 먹으라고 주었답니다.
소민아~ 안녕~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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