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호수공원
(2021.2.6.)
요즘 ‘코로나’로 사람접촉을 피하다 보니 주말이면 별 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집에 머물자니 몸과 마음이 축~ 쳐지는 느낌이다. 겨울 공원은 쓸쓸한 느낌이라 호수라도 있으면 좀 나을까 싶어 일산 호수공원을 찾았다. 날씨가 따뜻한 탓인지 오후 들어서도 안개가 자욱하다. 공원엔 대인접촉을 줄이기 위해 시계반대방향으로 걷기를 권장하고 있었다. 전통정원에 들렀다가 화살표 방향을 따라 걷는데, 마주보는 방향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안내문을 미처 읽어보지 못했거나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밉상스러워 보였다. 중국식 정자라는 ‘학괴정’을 지나 ‘달맞이섬’에 있는 ‘월파정’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호수는 얼어붙어 흰빛이 감돌고 하늘은 흐린 날씨에 안개마저 끼였다. 희끄무레한 시야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숲속에서 그네를 타고 밀어주는 가족들이 다정해보였다. 산책로 좌우에는 수령이 제법 된 왕벚나무가 쭉~ 늘어섰다. 밑둥치에는 어김없이 의문의 회색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페인트의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궁금증을 풀 방법이 없었다. 위를 보니 나무 가지에는 작은 꽃망울들이 무수히 맺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입춘이 지났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 했으니 크게 좋은 일이 생기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호수교’ 밑으로 난 목재다리를 건너 선착장을 지나자 한울광장이 나왔다. 풍차모형도 보고 정지용의 ‘호수’ 시비를 읽으며 걷는 사이 발 앞에 큰 장승이 우뚝 섰다. 얼굴을 올려다보니 무섭기보다는 정감 어린 장난꾸러기 모습이다. 어느새 호수 가운데 ‘약초섬’이 보이는 산책을 시작했던 지점으로 되돌아 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을 시간인데 짙은 안개에 잠겨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봄의 전령인 듯 부풀어 오른 꽃망울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공원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