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한탄강 은하수교
(2021.4.24.)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의 가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화창한 봄날은 이리도 잘 가는데... 집에서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적한 시골분위기가 나는 곳으로 나들이나 갈까 생각하니, 거리가 좀 멀기는 하지만 한탄강 유역이 좋을 것 같다. 철원, 포천 지역에는 ‘고석정’, ‘비둘기낭 폭포와 하늘다리’ 등 관광지는 많으나, 가보지 않은 곳을 찾으려니 쉽지 않았다. 작년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즈음하여 지질명소들을 한 바퀴 둘러봤기 때문이다. 작년 7월, 철원 ‘송대소 주상절리’를 구경할 때 협곡에 웬 인도교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제 준공이 되어 ‘한탄강 은하수교’로 명명되었으며, 인기 있는 구경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요즘 호수나 강 그리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흔들다리가 탐방객들의 인기를 끌다보니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느낌이다. 은하수교를 걸어 본 후에는 부근 지질명소 중 탐방하지 않았던 곳을 찾기로 했다.
한적한 마을길 드라이브를 즐기며 ‘고석정’을 지나 ‘송대소’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은하수교 부근에 이르자 넓은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과 방문객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 부근 계곡에 있는 ‘한반도지형 전망대’에 들러 잠시 주변 전경을 살펴보았다. 일반적으로 ‘한반도지형’이라 하면 강물로 둘러싸인 뭍의 모양이 한반도를 닮은데 반해, 이곳은 물이 흐르는 유심부의 모양이 한반도를 닮았다. 설명내용을 읽지 않고 계곡을 바라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지형이었다. 상류 쪽엔 두루미를 형상화했다는 은하수교가 협곡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펼친 듯 시야에 들어왔다. 돌담을 따라 다리 진입부에 들어서니 전망 좋은 카페는 때를 만난 듯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은하수교는 폭 3m, 연장 180m로 중앙부 바닥에는 투명유리가 설치되어 아찔한 계곡의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깊은 협곡과 현수교의 높은 주탑으로 인해 다리가 더욱 웅장하게 보였다. 건너편 교대에서 가파른 비탈길을 갈지자로 타고 오르자, 전망대 역할을 하는 넓은 언덕이 나타났다.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어보니 드넓은 철원평야가 한눈에 들어오고, 아래엔 송대소의 푸른 물과 협곡이 빤히 보였다. 광활한 평원과 좁은 협곡이 대비되니 평원은 더 넓고, 협곡은 더 좁아 보였다. 뛰어난 경치나 전망은 역시 높은 곳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새의 시각’이 제격이었다. 그래서 조감도를 선호하나 보다. 송대소와 철원일대의 뛰어난 풍광은 먼 길을 달려온 방문객의 노고를 보답하기에 충분했다.
‘한탄강대교천 현무암협곡’을 찾아 나섰다. 내비게이션 지시에 따라 이동하던 중 논길 가운데서 안내가 종료되었다. 부근에 아무런 안내표지가 없으니 막막하기만 했다. 마침 지나가는 주민에게 길을 물으니, 논길을 한번 꺾어 계곡 쪽으로 가면 있는데 별 볼 것은 없다고 했다. 겨우 위치를 찾았지만 협곡을 설명해 놓은 안내판은 낡아서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다. 다만 나뭇가지 사이로 하천이 보이고 계곡 양쪽에 높은 협곡이 관찰되었다. 다음 목적지는 ‘교동가마소’로 정했다. 목적지 부근에서 하천으로 접근하는 길이 폐쇄되었으나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오늘 방문할 마지막 지질명소인 ‘구라이골’을 찾아 나섰다. 목적지 가까이 접근하자, 집사람이 “작년에 왔다가 길을 찾지 못하고 돌아갔던 곳 같은데요.”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생각했지만, “여기는 길이 아닙니다. 돌아가세요.”라고 적혀 있던 메모가 기억났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니 ‘구라이골 캠핑장’이었다. “구경할 연이 닿지 않는 모양이다.” 생각하며 돌아 나와 다목적광장에 차를 잠시 세웠다. 답답한 마음에 잔디밭을 걸으며 바람을 쐬는데, 뜻밖의 장소에 구라이골에 대한 설명과 안내도가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하는 반가운 마음에 다시 힘을 내어 답사를 계속했다. 구라이골 일대는 작년 장마 때 수해를 입은 듯 보수공사 중이었다. 계곡 아래에 있는 전망데크는 출입이 금지된 상태라 계곡 위에서 하상과 협곡을 바라보며 어렵게 찾은 명소를 구경했다.
작년에 한탄강지역(철원, 포천, 연천) 26개소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되자, 전 국민이 기뻐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진입로와 주차장 및 편의시설을 순차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늘다리’, ‘은하수교’와 같은 관광시설은 방문객들의 각광을 받겠지만, ‘세계지질공원’ 중에는 일반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지역의 정비와 편의시설은 경제성보다 당위성에 의해 추진해 나가야 할 일이다. 앞서 언급한 글에도 나타나듯이, 한탄강 지질명소들이 명실상부한 세계지질공원으로 태어나기 위해선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 같다. ‘유네스코’ 인정에 힘쓴 전문가와 관계기관은 해당지역 정비사업과 유지 관리에도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송대소와 은하수교)
(대교천 현무암협곡)
(구라이골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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