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2년)

창덕궁 후원 탐방(2)

돌샘 2022. 3. 26. 10:31

창덕궁 후원 탐방(2)

(2022.3.19.)

애련지, 연경당, 관람지, 옥류천

부용지를 뒤로 하고 완만한 비탈길을 내려오니 왼편에 돌로 만든 출입문과 연못이 나왔다. 석문에는 불로문(不老門)’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었는데 하나의 큰 돌을 깎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문을 들어서 마주한 연못은 애련지(愛蓮池)’라 했는데 연꽃을 좋아한 숙종이 붙인 이름이라 했다. 연못 건너편에는 애련정(愛蓮亭)’이란 자그마한 정자가 물가에 자리했다. 이곳 경치도 좋았지만 부용지 주변의 정취가 하도 뛰어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였다.

 

애련지 옆 산기슭 쪽에는 작은 연못과 함께 연경당(演慶堂)’선향재(善香齋)’라는 건물이 있었다. 연경당은 사대부 살림집을 본떠 사랑채와 안채로 구성되었으며, 단청이 되지 않아 궁궐 밖 양반가 한옥처럼 보였다. 서재인 선향재는 서양풍의 차양을 설치한 것이 독특해 보였다. 왕과 왕비가 이곳에서 실제 생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건물 뒤쪽 언덕과 접한 곳에는 규모가 작았지만 날렵한 외관이 돋보이는 정자가 있었다.

 

비온 후 하늘은 흐렸지만 숲속 공기는 한결 청량했다. 고목이 우거진 숲길을 걷다보니 나무들 사이로 독특한 모양의 정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자의 중심이 되는 연못은 계곡처럼 길쭉한 형태를 이루었는데, 이름이 관람지(觀纜池)’라고 했다. 상류 쪽 연못가에 있는 겹지붕 육각형 정자는 존덕정(尊德亭)’, 하류 쪽 연못 비탈면에 자리한 부채꼴 형태의 정자는 관람정(觀纜亭)’이라 했다. 서쪽 언덕 위 길쭉한 형태의 맞배지붕 건물은 폄우사(砭愚榭)’, 관람정 맞은편 언덕 숲속에 있는 사모지붕 형태의 건물은 승재정(勝在亭)’으로 건축양식이 모두 달랐다. 네 채의 정자 가운데 존덕정이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숲속 언덕길을 숨 가쁘게 오르자 능선부에 취규정(聚奎亭)’이라는 정자 하나가 외롭게 서있었다. 방향을 틀어 계곡이 있는 비탈길 아래로 내려갔다. 후원 북쪽 골짜기의 큰 바위(逍遙巖)를 깎고 홈을 파서 휘도는 물길을 끌어들이고 작은 폭포를 만들어 옥류천(玉流川)이라 했다. 곡선의 수로를 따라서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짓는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주변엔 취한정(翠寒亭), 소요정(逍遙亭), 청의정(淸漪亭), 태극정(太極亭), 농산정(籠山亭) 등 작고 단아한 정자들이 흩어져 있었다. 청의정(淸漪亭) 주변엔 작은 논이 있고 볏짚으로 지붕을 덮었는데 궁궐의 유일한 초가였다.

 

창덕궁 뒤쪽 언덕길을 돌아 나와 수령이 약 750년 된 향나무 구경을 끝으로 후원 관람을 마쳤다. 후원은 장소의 제약으로 연못을 인공적으로 조성했지만,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린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정자는 역시 궁궐보다 계곡이나 바닷가 툭 트인 곳에 위치해야 제격인 것 같다.

 

(불로문, 애련지)

 

 

(연경당, 선향재)

 

 

(관람지, 존덕정)

 

 

(옥류천, 청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