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2년)

창덕궁 후원 탐방(1)

돌샘 2022. 3. 26. 09:42

창덕궁 후원 탐방(1)

(2022.3.19.)

부용지와 부용정, 주합루, 영화당

창덕궁(昌德宮)은 몇 년 전 고등학교 동창들과 단체 관람을 한 적이 있으나, 후원은 비원(秘苑)’이라 부르던 젊은 시절에 들렀을 뿐 근래엔 가보지 못했다. 지방에 있는 누정(樓亭)’과 서원(書院)은 먼 곳까지 찾아 탐방하면서 가까이 있는 명승지에는 발길이 닿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생각과 예약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함께 작용했던 것 같다.

3월 들어 주말이면 하늘정원의 월동 자재를 거두어들이고 실내에서 겨울을 난 화분들을 밖에 내놓아야 한다. 바빠서 나들이가 힘들 것 같지만 실상 시내 나들이는 이때가 기회다. 봄꽃이 만발하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오면 자연히 생각이 먼 곳으로 향할 테니 말이다. 창덕궁 후원은 하루 전부터 1주일까지 예약이 가능하나, 일요일은 일찌감치 매진되었고 비가 온다는 토요일 오후에 간신히 예약을 했다.

 

일기예보와 달리 비가 일찍 그치는 바람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창덕궁까지 걸었다. ‘돈화문(敦化門)’을 통해 창덕궁에 입장해서는 후원 가는 길부터 확인했다. 후원은 관람시간에 맞춰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 코스를 관람하도록 돼 있다. 관람코스는 후원입구 > 부용지 > 애련지 > 연경당 > 관람지 > 옥류천으로 약 9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낙선재가는 곳에 있는 후원 입구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정각 오후 4시가 되자 관람이 시작되었다.

 

봄비가 내려 촉촉이 젖어 있는 호젓한 숲길을 걸어 후원의 첫 번째 정원인 부용지(芙蓉池)’에 이르렀다. 네모진 연못에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원리에 따라 원형의 작은 인공섬이 조성되고 멋진 소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남쪽 연못가에는 연꽃이 활짝 핀 모양의 아름다운 부용정(芙蓉亭)’이 연못에 발을 살짝 담근 모습이었다. 주변 초목과 건물들이 물속에 비쳐 봄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형국이었다. 연못을 중심으로 한 뛰어난 정취가 인상에 남아, 젊은 날 방문했던 옛 기억이 살포시 되살아났다.

 

부용정 맞은편 연못가 비탈면 아래에는 어수문(魚水門)’이 있고, 문 안쪽 높은 축대 위에는 2층의 큼직한 주합루(宙合樓)’가 부용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각 서쪽 측면엔 서향각(書香閣)’이 자리했지만, 어수문 출입이 금지돼 아쉬웠다. 주합루에는 왕실 도서관으로 이용된 규장각(奎章閣)’도 있었다고 한다. 연못 동쪽에는 영화당(暎花堂)’이라는 건물이 있었는데, 왕이 입회하는 특별 과거시험을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활짝 열린 문을 통해 바라보이는 부용지 일대에는 봄기운이 감도는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