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댐 탐방
(2022.4.22.)
1980년대 평화의 댐을 설계할 때 설계기술자로 참여해 현장을 몇 번 오갔지만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화천지역 명소를 구경하느라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평화의 댐으로 향했다.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산길로 접어들자 민가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승용차만 간혹 마주할 뿐이었다. 고갯마루에 간이휴게소가 있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고 굴뚝에 연기만 피어올랐다.
고개를 넘자 내리막길이 계속되었고 무너진 비탈면을 보수하는 작업현장도 있었다. 외길로만 이어지다가 이윽고 ‘비수구미’마을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평화의 댐에 가까웠나 보다. 작은 터널을 지나자 도로가 허공을 가로지르는 느낌이 들었다. 건너편에는 건물과 조형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왔던 길을 되돌아보니 까마득히 높은 댐 상단과 산 중턱에 난 터널이 연결되어 있었다.
댐의 높이는 1단계 80m, 2단계 45m로 총 125m이었다. 예전 현장에 왔을 때는 설계 중이거나 공사 시작단계였으니, 거대한 규모의 댐을 직접 대하기는 처음인 셈이다. 댐 하류 측면의 아찔한 낭떠러지 위에 반원형 스카이워크가 설치돼 있었다. 바닥에 강화유리가 깔려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었지만 올라서지도 못했고, 집사람은 두 번이나 돌아 나왔다. 젊었을 때 없던 고공공포증이 나이 들어 생기더니 겁쟁이가 되고 말았다.
휴게소 건물 위쪽 전망대에 올라 댐 하류 사면을 이루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체에 그려진 아치형 풍경화를 바라보았다. 어느 TV프로를 통해 이 그림을 정면으로 봤을 때 댐 가운데 구멍이 뚫린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림을 측면에서 보게 되니 그런 실감은 나지 않았다. 댐 상류 산비탈 나무계단 아래에 있는 비목공원에 들렀다. 유명한 가곡인 ‘비목’의 노랫말은 1960년대 중반 댐 북쪽 비무장지대에 근무하던 청년장교가 무명용사의 돌무덤을 발견하고 지은 것이라 했다. 돌무덤과 비목 그리고 녹슨 철모 조형물을 보니 비장감이 느껴졌다. ‘세계평화의 종’을 둘러보며 30여 년 만에 찾은 ‘평화의 댐’ 방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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