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3년)

영천 은해사, 임고서원, 포항 영일대, 스페이스 워크

돌샘 2023. 6. 24. 09:52

영천 은해사, 임고서원, 포항 영일대, 스페이스 워크

(2023.6.4.)

여행 둘째 날

대구에서 영천으로 가는 길은 교통이 원활했다. ‘팔공산은해사(八公山銀海寺)’라 적힌 문을 들어서니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었다. 절로 들어가는 길엔 아름드리 송림이 우거지고 청아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세속에 찌든 마음을 내려놓고 텅 빈 상태로 들어오라는 뜻인가 보다. 부도탑을 지나 계곡 다리를 건너자 절 입구 보화루(寶華樓)가 보였다. 극락보전으로 들어서니 앞뜰에 연등이 아치형으로 매달린 모양이 이채로웠다. 법당 안에 모셔진 부처님과 후불탱화 그리고 천정의 독특한 장식물들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범종루에 잠시 들렀다가 성보박물관에 보관된 유물들을 관람했다. 절을 나와 고즈넉한 하천가 벤치에 앉았다. 정면은 수직 암벽에 울창한 산림이요, 계곡물엔 작은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유영했다. 살짝 눈을 감으니 끊임없는 계곡 물소리에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간간이 실려 왔다.

임고서원(臨皐書院)은 여태껏 보아오던 서원과 달리 구서원과 신서원이 있고, 재현된 선죽교와 포은유물관, 조옹대 등 시설이 많고 부지도 넓었다. 고려말 충신인 포은 정몽주를 추모하는 곳이었으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가 1965년에 복원된 것(구서원)이었다. 신서원은 1991년부터 성역화사업을 추진하여 1992년에 지었다고 한다. 영광루(永光樓) 아래 외삼문을 통해 신서원으로 들어서자 중앙에 임고서원이란 큼직한 현판이 달린 강당 흥문당(興文堂)이 자리했다. 앞쪽 좌우엔 동재와 서재 그리고 뒤쪽엔 내삼문과 사당이 있는 전형적인 전학후묘(前學後廟)의 구조였다. 서원 앞에는 개성에 있는 선죽교를 실측해 가설해 놓은 돌다리가 있고, 한석봉이 쓴 선죽교라는 돌비석도 탁본으로 세워져 있었다. 한쪽엔 웅장한 모습의 은행나무 노거수가 서원의 연혁을 말해 주는 듯 조용히 서 있었다.

 

포항으로 들어와 ‘스페이스워크’부터 찾았다. 지난번 여행 때 들렀지만 차례를 기다리는 긴 줄을 보고 돌아섰는데, 집사람이 한번 올라가 보고 싶다 했다. 주차장이 가득 차 관리소에 전화를 했더니, 지금은 방문객이 너무 많아 오르기 힘들고 5시 이후에 오면 조금 나을 것이라 했다. 하는 수 없이 부근 영일대 전망대에 올라 바닷바람을 쐬고 장미원에도 들러 시간을 보냈다. 해안도로가 끝나는 곳에 있는 ‘포항 해상스카이워크’도 한 바퀴 돌았다. 돌아 나오면서 ‘스페이스워크’ 주차장을 보니, 마침 빈자리가 생겼다. 서둘러 주차를 하고 언덕을 올랐지만 차례를 기다리는 긴 줄은 여전했다.

집사람은 스페이스워크를 걷고 싶어 했지만, 사실 나는 고공공포증 때문에 망설여졌다. 그러나 주차의 어려움과 차례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겪고 나니, 나도 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기다림 끝에 스페이스워크를 올랐는데, 중앙 역회전 구간은 출입이 금지돼 양방향으로 나누어 걸어야 했다. 높은 곳에 오르니 사람의 무게와 바람으로 구조물이 제법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차단된 역회전 구간은 자연히 포토 존이 되었고, 우리는 뒷사람에게 부탁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스페이스워크에 멋모르고 올랐다가 등정을 중도에서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면 양방향 왕복의 경험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저녁을 먹고 영일대해수욕장 주변을 산책하다가 백사장에 설치된 다양한 모래 조각품을 발견했다. 모래밭에 들어가 작품들을 감상했는데, 모래조각치고는 꽤 섬세하게 묘사돼 있었다. 모래에 특수 고결제를 섞어 조각한 듯 상당한 강도를 지닌 것처럼 보였다. 오늘은 많은 기다림과 고생 끝에 바라던 스페이스워크를 걸었다. 긴장되고 피곤했지만 보람된 하루였다.

 

(은해사)

 

 

(임고서원)

 

 

(영일대, 장미원, 해상스카이워크)

 

 

(스페이스 워크)

 

 

 

 

 

 

(해변 모래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