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연꽃 구경과 용문사 계곡 피서
(2023.7.21.)
장마 중 어제, 오늘 날씨가 맑은가 했더니 폭염경보가 내렸다는 안전 안내 문자가 날아들었다. 꽃들도 이맘때면 장마와 뙤약볕에 지치기 마련일 텐데, 연꽃은 이때를 맞아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곡식과 과일이 여름철 폭염을 거치며 여물어 가듯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연차 휴가라 평일 교통이 원활한 틈을 이용해 연꽃구경에 나섰다. 두물머리 교량 밑에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서 겨우 빈자리를 찾았다. 연꽃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의 뜻은 폭염 속 한낮 불볕더위에도 꺾이지 않나 보다.
예전 배다리가 있던 곳에서부터 느티나무 고목과 고인돌, 황포돛배, 물안개 쉼터를 거쳐 두물머리 나루터까지 물가를 따라 걸었다. 한강변에 길게 형성된 연밭에는 초록색 연잎 사이로 하얀 백련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건너편 세미원 쪽에는 꽃은 보이지 않고 연잎만 무성한데, 낯선 모양의 배들만 부산하게 오갔다. 지난 폭우 때 상류에서 떠내려온 각종 부유물들을 건져 내며 청소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나루터에서 돌아 나올 땐 연못 사이 길을 걸었다. 흰 연꽃들 사이로 분홍빛 홍련이 한두 송이 보였다. 백련이 단아하다면 홍련은 화사한 느낌이 들지만 고상한 품격을 지닌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다.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 땀을 흠뻑 흘렸으니, 이제 더위를 식혀야 할 차례다. 용문사 계곡은 얼마 전에도 다녀왔지만 탁족(濯足)을 하며 피서를 하기엔 그만한 곳이 없는 듯하다. 평일이라 교통도 원활할 테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용문산관광지 공원을 지나가다 냇가 쪽을 쳐다보니 물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준모와 지우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오늘부터 여름방학이라 했으니 방학 전 평일이라 그런가 보다. 계곡 위로 멀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숲속 적당한 장소에 돗자리를 깔고 짐을 풀었다. 얼른 바짓가랑이를 무릎 위로 걷어 올리고 계곡에 들어가 시원한 물로 세수를 하고 나니 금방 더위가 사라졌다.
열기로 가득 찬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던 조금 전과는 전혀 딴판의 세상이었다. 그늘진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맑은 물소리를 듣고 있으니 어느새 온갖 시름도 사라지는 듯했다. 문득 굴원(屈原)의 ‘어부사’라는 유명한 한시(漢詩) 한 구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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滄浪之水淸兮 (창랑지수청혜) 可以濯吾纓 (가이탁오영)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나의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 (창랑지수탁혜) 可以濯吾足 (가이탁오족)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나의 발을 씻으리라
(주) 창랑의 물을 세상인심에 비유해 도덕성이 회복되고 세상이 맑아지면 갓끈을 매고 벼슬길에 나아갈 것이며, 세상이 혼탁하면 초야에 묻혀 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벼슬길에 나아갈 기회도, 그렇다고 초야에 묻혀 살 일도 없는 이 사람은 그냥 탁족(濯足)이나 하며 피서를 즐겼다. 더위를 잊고 자연과 함께하다가 저녁 무렵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겼다. 계곡을 내려와서는 아랫동네에 있는 ‘촌장골’에 들렀다. 이곳 별미를 찾아서 가족들과 방문하기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되었나 보다.
(두물머리)
(용문사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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