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내동마을 연꽃단지를 찾아서
(2023.8.12.)
태풍이 지나간 후 소나기라도 내릴 듯 하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바람이 간간이 불어오니 여름철 나들이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연꽃이 한창인 계절이라 용인 내동마을 연꽃단지를 찾아 나섰다. 처음 방문하는 지역이라 주변 사정에 어두워 멀찌감치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걸었다. 크고 푸른 잎만 무성한 연밭이 보여 실망스러웠지만, 조금 더 들어가자 하얀 백련이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개울을 건너고 고개를 돌려 넓게 펼쳐진 연밭을 두루 살폈다.
멀리 동네 안쪽에 있는 연밭에는 제법 많은 방문객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먼발치에서 보아도 빛깔이 백련이 아니라 홍련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 가볍게 그쪽을 향해 걸었다. 백련 블록을 지나자 먼저 수련과 가시연의 작고 화려한 꽃이 피어 있는 연못이 나왔다. 수련은 작은 잎이 수면에 붙어 있고 꽃의 크기와 모양, 빛깔도 일반 연꽃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주변엔 다양한 표정의 개구리와 종이배 모형물들이 설치돼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가장 안쪽에 분홍빛 홍련이 화사하게 핀 넓은 밭이 주인공처럼 나타났다. 한창 부풀어 오르는 꽃망울, 갓 피어난 연분홍 꽃잎, 노란 씨방을 드러낸 꽃, 연밥이 맺힌 꽃대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붉은빛이 감도는 꽃봉오리가 살짝 수줍어하는 소녀라면 활짝 핀 홍련은 요염한 여인네를 보는 느낌이다. 용인 농업기술센터에서 연꽃의 재배와 관리를 돌보는 듯 체계적으로 잘 가꾸어진 연꽃단지였다. 일반 방문객들 사이엔 연꽃 촬영을 위해 출사를 나온 사진작가들도 보였다. 연꽃을 실컷 구경하고 돌아 나오면서 하천변에 길게 조성된 아치형 수세미 터널을 걸었다. 노란 꽃과 주렁주렁 매달린 수세미를 바라보니 어린 시절 담장에 정겹게 열렸던 수세미 생각이 났다.
백련과 홍련 등 많은 연꽃을 보고 나니 문득 연꽃 향기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연꽃 향기가 좋다는 말이나 글은 많이 읽어 봤지만 향기를 제대로 맡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꽃 향기를 맡으려고 코를 가까이 갖다 대며 애를 써 봐도 약간 싱그럽고 풋풋한 느낌의 냄새가 날 뿐이었다. “연꽃의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아진다.”는 유명한 한시가 있어, 경복궁 향원정(香遠亭)이란 정자의 이름도 그 시에서 취했다고 들었는데... 궁금해서 집사람에게 연꽃 향기가 어떤지 물어보았다. 연꽃 향기라고 느낄 만한 특별한 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연꽃 향기와 관련하여 중국 송나라 때 학자 주돈이(周敦頤)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이라는 한시에 나오는 유명한 시구는 다음과 같다.
~중략~
香遠益淸, 亭亭淨植, (향원익청, 정정정식,)
可遠觀而不可褻翫焉. (가원관이불가설완언)
~중략~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으며, 반듯하고 깨끗하게 서있으니,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음이어라.
'돌샘 이야기 > 여행과 답사(2023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만송이 천일홍 축제 (0) | 2023.09.09 |
---|---|
늦여름 팔당호 남쪽 호반 (0) | 2023.09.02 |
두물머리 연꽃 구경과 용문사 계곡 피서 (0) | 2023.07.30 |
봉선사와 광릉 탐방 (0) | 2023.07.22 |
탁족의 즐거움을 느끼며... (0) | 2023.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