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사와 광릉 탐방
(2023.7.16.)
봉선사(奉先寺)라는 절에 피는 연꽃이 구경할 만하다는 말을 듣고 집을 나섰다. 집을 떠난 후 내리기 시작한 가랑비가 목적지 부근에 이르자 장대비가 되었다. 음식점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 은근히 걱정되는 마음으로 점심부터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만일을 위해 우산을 챙겨 운악산 봉선사(雲嶽山 奉先寺) 일주문을 들어섰다. 절집으로 올라가는 길 왼편에 연꽃이 피기 시작한 넓은 연못이 있고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목재 데크가 있어 구경하기 편리하고 청사초롱까지 걸려 있었다. 비가 그친 직후에 방문객들이 이렇게 많을 걸 보면, 장대비가 내릴 때 주변에서 기다렸던 모양이다. 우산처럼 펼쳐진 큰 연잎사이로 분홍빛 홍련과 하얀 백련이 피어나 빗물을 머금고 있었다. 진입로 부근엔 예쁘고 자그마한 꽃을 피운 수련(睡蓮) 구역도 보였다. 데크 한쪽에는 웬 아이가 연꽃보다 물속에 보이는 큼직한 잉어에 정신이 팔려 연신 먹이를 던져주고 있었다.
연꽃은 이제 갓 피어나기 시작했고 8월초에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연못 위쪽과 잔디밭에는 불상과 탑, 석등 그리고 석재 조각품들이 설치돼 있었다. 불상의 얼굴 모습이 근엄하기 보다는 이웃집 아저씨 같이 생겨 친근감이 들었다. 분수가 힘차게 솟아오르는 또 다른 연못을 지나 절로 들어섰다. 봉선사는 고려시대에 건립된 ‘운악사’였으나, 조선시대 정희왕후(세조비)가 선왕인 세조의 능침을 보호하기 위해 중창하고 봉선사라 개칭했다 한다. 건물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한국전쟁을 거치며 완전 소실되어 재건되었다. 법당의 지붕 아래에 ‘대웅전’이라는 한자 편액 대신 ‘큰법당’이라 쓴 한글 편액이 걸린 점이 특이해 보였다. 건물은 1960년대에 철근콘트리트 구조로 지었다는데, 지붕과 기둥 상부의 섬세한 외관이 흡사 목조건물처럼 보였다. 약사여래와 보물로 지정된 ‘봉선사 동종’을 관람하고 절을 나와 부근에 있는 광릉으로 향했다.
광릉(光陵)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능의 주인공이 세조 부부라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았다. 홍살문이 있는 능으로 들어가는 숲길은 비가 온 직후라 옅은 안개가 끼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광릉은 홍살문에서 정자각 쪽을 바라보았을 때 좌측 언덕에 조선의 7대 왕인 세조, 우측 언덕엔 정희왕후 윤씨의 능이 있는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이라는 독특한 배치였다. 봉분은 출입이 금지돼 정자각 쪽에서 능을 올려다보고 ‘상설도해설’을 읽어 보는 것으로 관람을 대신했다. 광릉이 있는 먼 곳까지 찾아왔으니 국립수목원 ‘광릉 숲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고목들 사이로 난 데크길을 걸으니 비가 갠 후의 숲속 공기는 상큼했다. 숲길에는 주변에 자라는 식물들에 대한 설명, 휴식공간과 벤치 등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청나래 고사리’, ‘양버즘나무’ 등 식물이름도 익혔는데, 양버즘나무는 가로수로 흔히 보아왔던 플라타너스였다. 비 오는 날 연꽃 구경을 나와, 비를 맞지 않고 광릉 관람과 광릉 숲길 산책까지 즐겼으니 괜찮은 주말 나들이였다.
(봉선사)
(광릉)
(광릉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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