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남이섬
(2023.9.28.)
청평 호반 드라이브나 자라섬 꽃구경을 오가며 남이섬 선착장을 종종 지나다녔지만, 예전에 갔던 곳이라는 생각에 그냥 지나치곤 했다. 가족이 함께 남이섬을 구경한 지 삼십여 년이 흘렀으니 섬 내부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추석 연휴에 옛 추억도 떠올릴 겸 남이섬을 방문하려 했는데, 소민이네도 구경한다고 했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해 주차장에서 만나 함께 배를 타고 남이섬으로 들어갔다. 선착장과 주변 상가는 물론이고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선박도 예전과 완전히 다른 유형의 배였다. 방문객들 중에는 외국인들이 제법 많아 시대적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배에서 내려 남이섬 안으로 들어가는데, 소민이는 피곤한 듯 걷지 않고 유모차를 타겠다고 했다. 조형물들을 둘러보며 산책하다가 숲속 의자에 앉아 과일과 과자를 먹을 때 청설모가 나타났다. 소민이는 신기한 듯 청설모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지만 쉽게 달아나지는 않았다. 이후 소민이네는 소민이가 좋아하는 타조 사육장으로 구경 가고, 우리는 섬 전체에 대한 구경에 나섰다. 연못의 초가 정자와 도깨비 동산, 동화나라 등을 둘러보는 동안 미니기차와 공중 모노레일의 운행 모습이 눈에 띠었다. 높은 인공구조물에서 쏟아지는 폭포와 화석정, 겨울연가의 주인공이 타던 자전거도 구경했다. 종각에 매달린 종을 발견하고는 힘껏 타종을 해보고, 섬 둘레 데크 길을 걸으며 가을이 깊어 가는 강변의 정취를 느껴보았다.
해질녘에 소민이네와 다시 합류했다. 마침 미니 기차가 부근을 지나고 있어 소민이에게 타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타고 싶다 해, 어멈이 승차장에 전화를 했지만 방금 운행이 끝났다고 하여 아쉬웠다. 남이나루에서 배를 타고 나오는 시간에 석양이 서산에 걸려 멋진 노을이 지고 있었다. 상류 쪽 까마득한 공중에는 짚 라인을 타고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집으로, 소민이네는 춘천으로 갈 예정이라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춘천 닭갈비집에 들어갔는데 소민이는 졸리는 듯 머리를 식탁에 기대고 눈을 반쯤 감곤 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소민아! 우리 소민이 노래 잘 부르는데 노래 불러봐라~”고 했더니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할아버지가 소민이 좋아하는 책을 사놓을 테니, 노래 한 번만 불러 봐라~”고 다시 청했다. 책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듯 소민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민이가 책을 좋아하기는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졸음이 달아난 듯, 부부가 삼십여 년 만에 남이섬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향할 때, 소민이가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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