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탄생 100일~1세

조손이 함께한 반나절

돌샘 2012. 11. 30. 18:35

조손이 함께한 반나절

(2012.11.25)

어멈과 준모의 감기가 아직 완쾌되지도 않았는데 아범과 함께 본가에 다니러왔답니다.

준모가 처음에는 주변 환경과 얼굴이 조금 낯선지 점잖게 앉아 주위를 두리번두리번하더니

제일 먼저 할머니에게 안기고 금방 여기저기를 기어 다니며 유아용 과자를 먹기도 하고

과일 상에 달려들기도 하고 할애비에게 안겨 무릎에 반동을 주며 우쭐거리면서 좋아했답니다.

자꾸 과일 상에 관심을 가지기에 귤을 하나 집어 깨끗이 닦아주었더니 순식간에 껍질을 베어 물고는

입속에 우물거리기에 아범이 손가락을 넣어 빼어내려고 했지만 입을 벌리지 않고 삼켜버렸답니다.

준모가 배고픈 것 같아 할애비 무릎에 앉히고 할머니가 고구마로 만든 이유식을 떠먹이니

발을 아래위로 까닥까닥 리듬감 있게 흔들면서 손바닥으로는 소리가 나게 할애비 손바닥을 딱딱 맞추는 등

기분이 최고조에 달한 것 같았습니다(2012.11.10일 사진 뒷부분에 유사한 동영상이 수록됨).

아범과 어멈이 산책을 다녀오겠다기에 어멈이 없을 때 준모의 행동양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유심히 관찰도 해볼 기회가 생겼답니다.

 

준모가 할애비, 할머니와 함께 소파 부근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집어 흔들며 놀고 있는데

아범, 어멈이 나가면서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나자 순간적으로 준모의 시선이 현관 쪽으로 향하면서

얼굴표정이 약간 굳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별다른 반응없이 하고 있던 놀이를 계속 진행했답니다.

20분 정도가 지나자 소파에 놓인 물건들을 가지고 잘 놀다가 갑자기 울음섞인 목소리를 내기에

소파위에 올라가고 싶어서 그러나 생각하고 얼른 준모를 들어 소파위에 올려주었지만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하여 준모의 생각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답니다.

엄마생각이 난 것입니다. 배가 고프다거나 다른 이유로 칭얼거릴 때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이 때 해결책은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답니다. 할머니가 준모를 업는 것이지요.

물론 할애비가 업어도 되겠지만 준모는 할머니에게 업히는 것이 더 편한 모양입니다.

할머니 등에 업혀 곧 잠들 것 같으면서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모양이 엄마를 기다리는 듯 하는 느낌이였답니다.

그러다 할머니 등에 기대어 스르르 잠이 들었지요. 

준모를 살그머니 보료에 내려 눕히니 일어날 것 같았는데 등을 살짝 다독거려 주니 다시 잠이 들었답니다.

준모는 잘 때도 누가 옆에 있어야 깊은 잠을 오랫동안 잔다기에 할애비가 준모 옆에 누워서 보초를 서기로했답니다.

옆에 누워서 잠자는 준모를 쳐다보고 있으니 정말 평화로운 얼굴입니다.

감기가 완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목에서 그렁그렁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지만 깊은 잠이 들었나봅니다.

가끔 목을 들어 다른 쪽으로 얼굴을 돌릴 때는 옆에 누가 있음을 알리기 위하여 등을 살짝살짝 두드려주니 계속 잠을 잤답니다.


준모 옆에 한참동안 가만히 누워 있으니 어느새 비몽사몽 상태가 되었고

나의 눈앞에는 오래전에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되살아났습니다.

아들, 딸이 양쪽에서 내 팔을 한쪽씩 베고 내 옆구리를 향해 파고들었던 때가 떠올랐답니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는데 경제적 사회적 책임이 중압감으로 다가와

행복을 마음껏 느끼지 못하고 흘려보낸 것 같아 못내 아쉽답니다.

옛사람들이 말하길 세월은 ‘유수와 같다.’거나 ‘시위를 떠난 화살(쏜살) 같다.’고 했건만

그 때는 모두 다른 사람들 이야기인줄만 알았지요.

내게도 예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벌써 세월이 저 멀리 달아난 후였답니다.

그래서 손자에게 더 많은 애착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요.

순식간에 한 세대가 흘러가고 내 옆에는 천사같이 귀여운 손자가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답니다.

현관문 번호 키 눌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답니다.


외출한 지 2시간이 되지 않아 아범, 어멈이 돌아왔고 준모는 아직도 깊은 잠이 들어 있었답니다.

조금 이야기를 나누니 돌아갈 시간이 되어 준모 용품들을 먼저 가방에 챙겨 넣고

준모를 일으켜 잠이 들깬 상태에서 외출복을 입혔는데도 아빠, 엄마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느새 인지했는지 잠투정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었답니다.

어멈이 준모를 안고 있기에 할애비가 넘겨받아 안으니 처음에는 어멈 쪽으로 갈려고 손을 뻗었으나

계속 안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할애비에게 안겨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답니다.

오늘은 자동차 안전벨트를 채워도 울지 않고 손을 흔드는 할애비, 할머니를

큰 눈동자로 빤히 쳐다보면서 기분 좋게 출발하였답니다.

준모야! 우리 도련님 오늘 참 잘 했어요(*****).

감기 빨리 나아서 다음 만날 때는 할애비와 더 재미나게 놀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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