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조손의 외출(1)

돌샘 2013. 6. 16. 10:32

조손(祖孫)의 외출(1)

(2013.6.12)

요즘 준모는 잠을 자거나 식사할 때를 제외하면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하여 준모와 같이 외출하기로 작정하고 아파트 출입문에서 벨을 누르고 현관에 도착하니

준모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할머니와 기다리다 미소로 반겨주었습니다.

현관에 서서 윗도리를 벗어 맡기고는 준모를 유모차에 태워 바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산책 코스는 준모가 유모차를 타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하니 아파트 - 매일상가 - 공원 - 숲길 - 놀이터 순으로 정해졌고

잠시 아파트에 들어와 손발을 씻고 쉬다가 이번에는 할애비 손을 잡고 다시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이제 준모가 본인이 하고자 하는 행동에 대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분명한 의사표현을 할 때가 많아집니다.

평지는 물론 조금 비탈진 길이라도 본인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할애비가 손을 잡아주려 하여도 단호히 뿌리치고

단차가 있거나 경사가 심하여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할애비 손을 잡고

차가 자주 왕래하는 길을 건널 때는 신호등을 가리키고 난 후에 할애비 쪽으로 두 손을 쭉 내밀어 안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준모가 한 행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면 무언가 조금 느끼는 듯한 분위기가 묻어납니다.

공원에는 꽃밭에 들어가지 않도록 장식용 밧줄을 매어 놓았는데 처음에는 준모가 밧줄을 들어 올리고 안으로 들어가기에

‘준모야 꽃밭에는 들어가면 안 되고 밖에서 구경해야 한다.’하고 일러주어도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고 떼를 썼는데

나중에 다시 공원에 왔을 때는 밧줄을 잡고 놀기는 해도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놀이터에서는 내 손을 잡고 미끄럼틀 위로 몇 번 올라가며 놀더니 나중에는 모래밭에 들어가려고 해서

‘준모야 젖은 모래밭에 들어가면 신발 지저분해진다.’하고 만류를 해도 할애비 손을 뿌리치고 기어이 들어가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다가 나와서는 조금 후에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신발을 벗으려고 해서 왜 그러나 했더니

신발에 모래가 많이 들어가서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신발을 벗기고 유모차에 태운 후에 손으로 발바닥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고는 모래밭을 가리키면서

‘준모야 모래밭에 들어가니까 모래가 신발에 들어가지’하고 이야기해주었더니 모래밭을 한참 쳐다보았습니다.

준모에게 이렇게 타이르는 것이 당장에 큰 효과는 없을지라도 반복되면 준모가 자신의 행동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

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하여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준모가 보도블록이나 숲길을 걸을 때는 아무 일이 없었는데

모래밭에 들어가면 모래가 신발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으려면 상당한 세월이 흘러야 되겠지요.

 

준모는 이제 월령 15개월이니 소유에 대한 개념은 아직 생기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원에 색깔이 알록달록하고 여러 개의 버턴이 부착되어 있는 자전거가 세워져 있으니

준모가 자전거에 달려들어 버턴을 이것저것 누르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옆에 있던 댓살 정도 되는 아이가 자기 자전거라며 준모를 밀쳐내려고 하였으나

준모는 저지에도 아랑곳없이 자전거를 놓지 않고 계속 가지고 놀려고 하였습니다.

그냥 두면 그 아이의 완력에 준모가 넘어질 것 같아 아이 할머니와 내가 아이를 달래어

준모가 조금 더 자전거를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주변 공원 벤치에는 우산을 옆에 두고 앉아서 쉬고 있는 모녀가 있었는데 준모가 그 벤치에 올라가더니

우산을 집어 흔들며 장난을 치고는 여자아이가 손에 쥐고 있는 작은 물건을 보고는 빼앗으려고 하였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준모보다 나이가 많아서인지 얼굴에 웃음을 띠며 준모에게 그 물건을 뺏기지 않으려고

소리를 내어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그 때 준모의 얼굴을 쳐다보았더니 보통 때의 모습과는 달리 개구쟁이의 전형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준모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건의 소유개념을 서서히 알게 되면 밖에서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물건들을 보고는

자기도 그것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리라 예상이 됩니다.

 

준모야! 요사이 네가 여러 가지 사물들을 직접 보고 경험하며 무언가를 느끼고 때로는 스스로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 같아 흐뭇하구나.

하루 종일 집에서만 노는 것보다는 밖에도 자주 나가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한낮에 너무 더울 때나 비가 올 때는 건강을 생각하여 집에서 놀거나 쉬어야 한단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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