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조손의 외출(2)

돌샘 2013. 6. 18. 23:53

조손의 외출(2)

(2013.6.17)

오늘 밤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비가 오기 전에 준모와 외출을 하려고

회사 근무시간에 짬을 내어 준모를 보러갔습니다.

준모는 볼 때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양상이 달라지고 인지수준이 향상되어 가니 보면 볼수록 자꾸 더 보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할애비와 준모가 단둘이 외출하던 초기에는 할머니는 왜 같이 가지 않느냐는 듯이 현관 앞에 서있는 할머니를 빤히 쳐다보곤 했는데

이제는 둘이만 나가는 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유모차 시트를 세탁해 놓았기에 오늘은 빨간 어린이용 자동차에 태워 산책을 나갔지요.

아파트 앞 공원 입구에 다다르니 그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던 준모가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매일상가 쪽 횡단보도를 가리켰습니다.

그 쪽으로 가자는 의사표현이 확실한데 준모가 놀기에는 위험할 것 같아 공원 쪽으로 향했더니

가만히 앉아 있다가 공원에 거의 이르니 준모가 자동차에서 내리려고 일어섰습니다.

유모차를 탈 때는 좌석이 높으니 정지했을 때만 내리려 했는데 자동차는 좌석이 낮으니

운행 중에 내려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공원에 내려서는 준모가 자동차를 밀었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잘 굴러가지 않으니

자기가 앞쪽에 서서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끌어 당겼습니다.

준모가 차를 밀거나 당길 때 움직이지 않도록 할애비가 막아서면 장난치는 것을 알고는 준모가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중년 아저씨를 발견하고는 한참 쳐다보고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갈 때는 ‘빠이~빠이~’하고 손을 흔들어 주었으며

3살인 여자아이와 같이 놀다가 아이엄마가 아이를 안고 어디론가 가니 준모가 따라가면서 계속 손을 흔들어 주었고

안겨가던 아이도 준모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두 아이 모두 함께 더 놀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를 가야하는 모양입니다.

 

숲길을 이리저리 종종걸음으로 걷기도 하고 운동기구를 손으로 만지고 돌려보기도 하다가

준모는 앞서 걷고 할애비는 차를 밀며 뒷따라 놀이터에 도착하니 준모 할머니도 내려와 있었습니다.

미끄럼틀도 몇 번 타보고 철봉 밑으로 고개를 숙이며 들어갔다 나왔다 하다가 그네는 직접 타지는 않았지만 이것저것 흔들어 보고

벤치 위에도 올라가 걷다가 내려오는 등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준모를 놀이차에 태워 아파트를 한 바퀴 더 돌고나서 집으로 향하니

준모도 어지간히 놀았다고 생각되는지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준모가 얼굴과 손발을 씻고 나와서는 내 스마트폰을 만지기에 ‘준모야! 할아버지와 동영상 보자.’고 했더니

다가와서는 다정하게 할애비 무릎에 올라앉았습니다.

준모 어릴 때 뒤집기 하는 동영상과 1~2개월 전 촬영한 동영상을 몇 개 보여주었더니

가만히 앉아 미동도 하지 않고 시선을 고정한 채 영상을 지켜보았습니다.

영상을 볼 때 집중하는 시간이 1~2개월 전보다 상당히 길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준모가 맛있게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고는 할머니에게 안겨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온 준모에게

‘빠이~빠이~’하고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하니 의젓한 모습으로 할애비를 바라다보았습니다.

 

준모 도련님! 할애비가 우리 손자 보고 싶을 때는 짬을 내어 또 찾아갈 터이니 항상 건강하세요.

건강해야 여러가지 재미있는 놀이도 할 수 있고 좋은 친구도 사귈 수 있답니다. 알았지요...

 

 

 

 

 

 

 

 

 

 

 

 

 

 

 

 

 

 

 

 

 

 

 

 

 

 

 

 

 

 

 

 

 

 

 

 

 

'거연정 > 둘째 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련님의 행차  (0) 2013.07.02
조손의 외출(3)  (0) 2013.06.29
조손의 외출(1)  (0) 2013.06.16
인사를 잘 해요  (0) 2013.06.06
하늘정원 가꾸기  (0) 2013.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