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손의 외출(3)
(2013.6.25)
오늘은 출장을 갔다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준모를 보러갔습니다.
준모는 할애비가 오후에 나타나면 같이 외출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외출복으로 갈아입히기 위하여 실내복을 벗기니 기저귀만 차고 웃으며 거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할애비에게 다가와 안기고는 큰소리를 내어 웃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 장난을 치는 모양입니다.
빨간 자동차에 준모를 태워 공원으로 나가니 아이들이 여러 명 놀고 있었는데
준모는 신이 난 듯 소리를 내어 웃으며 자동차를 이리저리 밀고 다녔습니다.
댓살정도 될 듯한 남자아이가 테니스공을 가지고 있으니 준모도 공을 던지며 같이 놀다가
가끔씩은 할애비에게도 공을 던져 놀이에 동참을 시켰습니다.
공원벤치 앞 애완견 주위에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 준모가 그곳으로 가서는 놀이에 끼어들어 주도를 해나가다가
또래의 여자아이가 목걸이를 차고 있으니 신기한 듯 만져보았습니다.
목걸이가 준모 마음에 들면 혹시 잡아당기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만져보기만 할 뿐 더 이상의 반응은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다시 자동차를 밀면서 놀다가 연료탱크 뚜껑이 줄에 매달려 덜렁거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뚜껑을 눌러 닫으려 했는데 잘 닫히지 않았습니다.
준모는 뚜껑을 구멍에 맞추어 누르기만 하면 닫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구조상 매달린 줄부터 먼저 구멍에 밀어 넣고 뚜껑을 구멍에 맞추어 돌려야 닫을 수 있었습니다.
준모가 계속 관심을 가져 할애비가 시범을 보여주었으나
돌려서 닫는 방법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지요.
준모가 어떤 일을 하다가 잘 안되면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오늘은 공원바닥에 주저앉아 뚜껑을 본인이 직접 닫으려는 집념을 보였습니다.
준모는 보통 때와는 달리 호기심이 발동하는 일에는 상당히 집요할 정도로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엄마랑 형이랑 같이 나온 또래의 남자아이가 준모 자동차를 자꾸 타보고 싶어 하기에 자동차를 타보도록 하니
처음에는 준모가 다른 놀이를 하다가도 자동차에 다가와 본인이 타려고 하는 것을 보니 양보하기 싫은 눈치였으나
‘준모야! 친구가 조금 타보고 돌려준단다. 친구도 타게 해야 다음에 준모도 친구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지.’하고
몇 번 이야기해주었더니 내 말뜻을 알아들은 것처럼 순순히 양보를 해주었습니다.
한창 조손이 놀고 있는데 집사람도 공원에 나와 멀리서 ‘준모야!’하고 부르니
준모가 고개를 돌려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활짝 미소를 지었지요.
공원과 놀이터를 오가며 한참을 더 놀다가 나는 아파트 출입구에서 준모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파트 입구에서 준모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하니 준모는 손을 흔들지 않고
몇 번이나 할애비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당기는 행동을 한 것은 할애비도 아파트에 같이 올라가자는 뜻인데
새아기가 퇴근하여 도착하기 전에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좋을 것 같아 준모의 뜻을 따를 수가 없었답니다.
나의 소중한 보물. 잘 갈고 다듬으면 더욱 귀중한 보물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