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에서 공을 차니 멀리 굴러가요
(2013.12.8)
오늘은 아침 9시가 조금 지나서 준모가 왔습니다.
도련님이 오시는 날이라 서둘러 청소를 마쳤는데 준모가 현관을 들어오다가 봉걸레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는
신발과 잠바를 벗자말자 할머니 댁 현관마루 청소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조금 있다가 말렸지만 소용없이 창고 앞과 안 그리고 고모 방까지 청소를 한 후에야 내려놓았습니다.
어른들이 봉걸레로 청소하는 것을 보아왔는데 준모에게는 재미나는 놀이의 일종으로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준모가 양말을 신고 놀면 거실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일이 있어 ‘준모야! 양말 신으면 넘어지기 쉬우니
안전하게 벗어놓고 놀자’고 하면서 양말을 벗겨주었더니 준모가 할애비 발을 가리키며 뭐라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왜 그러지 하고 잠시 내 발을 쳐다보았는데 옆에 있던 고모가 ‘할아버지도 양말을 벗으라고 그러는 모양이다’고 일러주었지요.
가만히 생각하니 준모가 볼 때는 할애비도 당연히 양말을 벗고 놀아야 사리에 맞는 일이겠지요.
오늘은 준모의 공평하고 합리적인 의사표현에 따라 할애비도 손자와 같이 양말을 벗어 놓고 놀 수밖에 없었습니다.
준모가 공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공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기에 급히 할애비도 뒤따라 올라갔습니다.
계단위에서 아래를 향하여 공을 차고는 계단을 따라 ‘통~ 통’ 굴러 내려가는 모양을 보면서 깔깔대며 신이 났습니다.
그러면 내려와서 공을 잡아들고는 다시 계단위로 올라가서 공을 차는 행동을 반복하였습니다.
준모가 계단을 올라갈 때는 덜 위험하므로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가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면 되는데
내려올 때는 위험하므로 반드시 어른이 잡아주어야 합니다.
준모도 직감적으로 그런 위험을 감지하는지 계단을 오를 때는 손을 잡지 않으려고 하는데 내려올 때는 스스로 손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내리며 공차기를 반복하니 준모도 숨이 차서 헐떡이고
할애비도 엉거주춤한 자세를 계속 취하니 힘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한번은 계단위에서 공을 차니 공이 굴러 내려가다가 계단 중간의 평평한 곳에 멈추어 서게 되어
그곳으로 내려가서 다시 공을 차서 아래로 굴러 보내고는 계단 중간에 조손이 나란히 걸터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아래에 있는 고모에게 공을 우리 있는 곳으로 던져달라고 하였지요.
공을 던져주면 할애비가 받아서 계단 중간바닥에 놓고 겨드랑이를 잡아주면 준모가 일어나서 발로 공을 차서
아래로 굴러 내려가면 고모가 공을 잡아 다시 던져주는 동작을 반복하였지요.
준모가 신이 나서 ‘까르르~까르르~’하고 크게 웃기 시작하니 할애비도 큰소리로 웃고 고모도 따라 웃고
할머니는 부엌에 있다가 무슨 일인가 하여 보러왔다가 같이 웃고 온 집안이 모처럼 웃음바다가 되었답니다.
아범이 도착하여 출입문에서 인터폰 연락이 왔기에 ‘준모야! 아빠 왔다’고 알려주었더니
‘아빠!’하고 큰 소리로 부르면서 현관에 뛰어가서는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나가자고 하였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아범이 내리니 ‘아빠~’하고 부르면서 양팔을 벌려 품에 안겼습니다.
그 동안 준모가 할애비하고 잘 놀면서도 아빠가 어디 갔었는지 궁금하였던 모양입니다.
과일을 나누어 먹고는 새아기 퇴근시간에 맞추어 마중가기 위하여 그림책과 물통 등 물건을 챙겨
쇼핑백에 넣으니 꽤 무거운데도 준모가 두 손으로 들어 올려 몇 발자국 옮겨놓았습니다.
‘와~ 준모 힘세다’고 칭찬을 해주었더니 끙끙대며 힘껏 들고는 거실을 한 바퀴 돌았답니다.
출발하기 직전에 할머니가 준모에게 짐짓 ‘준모야! 준모는 할머니하고 여기서 자자’고 했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아니, 아니’하면서 고개를 휙 돌렸답니다.
준모야! 아빠하고 마중 나가서 엄마 만나면 ‘고생했어요. 사랑해요’하고 꼭 안아드려라.
가정이 모든 행복의 원천이니 항상 건강하고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 표현도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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