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 지내러 마산 갔어요
(2014.9.7)
아범과 준모가 탄 KTX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기차는 잘 탔는지 궁금했는데 마침 출발하였다는 연락과 함께
준모가 좌석에 의젓하게 앉아 동영상을 보는 사진이 전송되어 왔습니다.
마산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마중을 나가기 위하여 몇 호차인지 물었더니 제일 앞 18호차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일찌감치 옷을 갈아입고 준모 마중 나갈 채비를 하니
준모 고모도 같이 가겠다고 하여 부녀간에 모처럼 팔짱을 끼고 외출을 하였습니다.
플랫폼 벤치에 앉아 기다리다 열차 도착시간을 알리는 신호음에 맞추어 18호차 승강장으로 다가가니
열차가 곧 도착하여 출입문이 열렸는데 네 번째쯤 서있는 아범과 준모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준모야! 준모야!’하고 크게 불렀더니
준모가 할애비를 발견하고는 계단을 내려 반가운 얼굴로 뛰어와 안겨왔습니다.
조손이 반가워하며 서로 껴안는 짧은 순간을 고모가 잘 포착하여 동영상으로 촬영하였답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한낮의 가을햇살이 따갑게 내리비쳐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지만 마냥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증조할머님과 종조부모께 절을 하여 인사를 드리고는 할애비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낯이 설어 다소 주저하는 것 같아 미리 준비한 공으로 공차기를 시작하였더니
금방 깔깔대며 거리낌 없는 평소의 활동적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놀이터에 나가 미끄럼도 타고 그네를 타며
한참을 놀고 와서는 다시 마트에 가기로 하였습니다.
마트의 진열대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모습이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를 찾는 모양인데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모양입니다.
점원의 도움으로 젤리를 찾아 두 개를 건네주니 금방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고래밥도 찾아주었으나 그것은 싫다며 막대사탕을 하나 찾아 들고 왔습니다.
‘준모야! 막대사탕은 아직 못 먹어. 잘못 먹으면 위험하니 준모가 크면 할아버지가 사주마.’했더니
순순히 제자리에 갖다 놓고 대신에 조금 전에 싫다고 했던 고래밥을 하나 들고 왔습니다.
준모 나이에 자기가 먹고 싶어 찾아 온 과자를 양보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준모는 간혹 고집을 부릴 때도 있지만 설득을 하여
본인이 그 뜻을 이해하면 순순히 양보하는 좋은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애비와 손자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였습니다.
준모가 집에서 혼자 놀 때는 장난감 ‘엠버’와 ‘헬리’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신시키는 놀이를 즐겼습니다.
‘변신!’, ‘공격!’같은 꽤 어려운 단어를 혼자 중얼거리며 공격하는 행동을 나타내기도 하였습니다.
저녁을 먹고는 종조부가 사온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준모가 좋아하는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놀았는데 노래의 앞부분은 준모가 직접 불렀답니다.
밤이 깊었는데도 준모는 잠이 오지 않는지 할애비가 있는 방에 들어와 뒹굴며 장난을 치다가
목말을 태워 달라고 해서 거실로 나와 목말을 태우니 온몸을 우쭐거리며 신나게 말을 탔습니다.
준모가 증조할머님 앞에서 여러 가지 재롱을 부리며 잘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온 집안에는 웃음꽃이 피고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어느 듯 자정이 넘었나봅니다.
벌써 잠자리에 든 사람들도 있었지만 조손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발길이 다시 마트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마트에 도착하니 이미 문은 닫히고 불이 꺼진 상태였습니다.
‘준모야! 밤이 깊어 마트 문이 닫혔으니 날이 밝으면 다음에 또 오자’고 하였더니
준모도 마트를 가리키며 ‘문 닫았어!’하고는 발길을 돌렸습니다.
조금 걷다가 준모가 할애비를 향해 양팔을 내밀어왔습니다. 잠이 오는 모양입니다.
안고 걷다가 다시 등에 업고 집으로 돌아와 안방에 눕히니
‘하부(할아버지) 옆에 누워!’라고 몇 번 말하더니 행복한 꿈나라로 향했습니다.
작은 방에서 혼자 자고 있는데 새벽녘에 인기척이 나서 눈을 뜨니
준모와 할머니가 방문 곁에 서있었습니다.
잠결에 ‘왜 그래요?’했더니 ‘준모가 잠이 깨자 할아버지를 찾는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니 준모가 할애비 손을 잡고는 안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안방에 들어가 ‘준모야! 할아버지 옆에 잘 테니 잘 자.’했더니 누워 금방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게 되었는데도 이렇게 기특하고 흐뭇한 마음이 들기는 처음인가 봅니다.
여태껏 할애비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잤던 적은 없었지만 오늘은 역에서 반갑게 만나
여러 가지 놀이도 하고 놀이터랑 마트에도 가고 산책도 하였으니 정이 더 깊게 들었나봅니다.
준모야! 이제 말도 제법 잘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많아졌구나.
내일은 추석이란다.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차례를 지내자구나.
우리 도련님 좋은 꿈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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