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2~3세

추석

돌샘 2014. 9. 20. 12:41

추석

(2014.9.8)

거실에 병풍을 치고 제상을 제자리에 놓아 제수를 진설하며

추석 차례 지낼 준비를 하니 준모에게는 다소 생소하여 호기심이 생기나봅니다.

준모도 무언가 거들려고 적극적으로 나서 상을 들어 옮기면 같이 들고

제수가 담긴 제기를 옮기면 자기도 옮기려고 하였습니다.

제기는 옮기다 떨어트려 다치거나 음식을 쏟을까봐 만류를 하니 아쉬운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제상위에 놓인 제수 중에서 눈에 익은 전 종류에 눈길이 가고 먹고 싶은 모양입니다.

‘준모야! 차례를 모시고 나서 좋아하는 음식 많이 줄 테니 조금만 참아라.’라고 하였더니

통상적인 식사준비 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꼈는지

먹고 싶은 음식을 몇 번 가리키기만 할 뿐 손을 대지 않고 끝까지 잘 기다렸습니다.

차례가 시작되자 준모는 참사자가 모두 절할 때는 물론이고

초헌, 아헌, 종헌을 올리는 사람이 절할 때도 계속 따라 절을 하였습니다.

사흘 전 조부모에게 절을 할 때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세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여러 번 절을 하다가 슬그머니 싫증이 나면 배를 바닥에 붙이고 엎드려버리기도 하였습니다.

차례의 모든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며 직접 참여도하고 앞자리에 나와 앉기도 하였습니다.

어린 손자가 추석 차례에 관심을 가져 여러 번 절하고 끝까지 잘 모셨으니

조상님께서도 흐뭇하게 지켜보셨겠지요.

 

차례가 끝나자마자 약속대로 준모가 먹고 싶어 하던 음식을 제일 먼저 챙겨주었습니다.

어른이 먼저 음식을 드시기 시작하면 먹어야 한다는 예의를 가르쳐주려면 몇 년이 더 지나야 가능하겠지요...

정오가 가까이 되자 햇살이 따가워 놀이터에는 아무도 나와 놀지 않는데

준모는 심심하여 아파트 베란다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놀이터에 나가 놀고 싶은 모양입니다.

할애비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자고 하여 나왔더니 놀이터로 달려갔습니다.

놀이기구도 햇볕에 달구어져 제법 따끈따끈 하였지만 준모가 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져본 후에

괜찮다고 느꼈는지 미끄럼틀과 그네, 시소 등 놀이기구를 차례차례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준모와 할애비 얼굴에는 어느덧 땀방울이 맺혔고 증조할머니께서 베란다에 서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셨지만 아쉬운 듯 쉽게 놀이터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기차역으로 나갈 시간이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와 서둘러 상경준비를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할애비와 고모가 같이 나가서 기차를 잘 타는 것을 보고 전송하기로 하였습니다.

 

정오 무렵이라 역으로 가는 길은 한여름 못지않게 더웠습니다.

햇빛을 피해 지하도로 길을 건넜는데 계단을 내려갈 때는 할애비 손을 잡았지만

올라갈 때는 혼자 할 수 있다며 잡은 손을 뿌리치고 앞장서 단숨에 계단을 올랐습니다.

역 대합실에 도착해서는 아범이 준모 손과 얼굴을 간단히 씻기고

플랫폼으로 나가 열차를 타고 자리를 확인했습니다.

할애비와 고모가 ‘준모야! 잘 가. 빠이 빠이~. 서울 가서 만나자.’하고

손을 흔들어주니 준모도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열차에서 내려 플랫폼에 서서 차창을 통해 보이는 준모를 보고 손을 흔들자

준모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는데 기차는 곧 서서히 움직이더니 멀어져갔습니다.

한 가정이 행복하고 사회가 건강하려면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야 한다더니

준모가 다녀간 이틀 동안 증조할머니 댁에는 모처럼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났답니다.

 

집으로 돌아와 준모가 이번에는 아빠 힘들게 하지 않고 잘 가고 있나? 생각할 즈음에

아범으로부터 ‘준모는 푹 잠이 들었다.’는 문자와 함께 좌석에 앉아 동영상을 보는 모습과

두 좌석을 차지하고 누워 잠든 모습의 사진이 전송되어 왔습니다.

차례 준비할 때부터 내내 직접 참여하여 많이 움직이고 놀이터에서도 열심히 놀고

역으로 갈 때도 땀 흘리며 걷고 높은 계단을 단숨에 올랐으니 무척 피곤한 모양입니다. 

열차에서 푹 자고 피곤을 풀어서 저녁에는 외갓집에 가서 재롱을 부리며 귀여움을 많이 받아야겠지요.

 

준모야! 1박 2일 동안 여러 가지 놀이하고 재롱부리느라 힘들었지.

네 덕분에 증조할머님 댁에는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났단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사를 뒤에서 지켜보지 않고 직접 앞에 나서

주도적으로 행하는 활동적인 네 모습을 유감없이 잘 보여주었구나.

건강하고 좋은 인성 계속 키워가면서 잘 자라세요.

안녕... 우리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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