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파티 했어요
(2015.6.27)
준모가 이해하기 쉽게 동생 100일 축하모임을 파티라고 이야기해주니
사람들이 선물을 가지고 오느냐고 엄마에게 물었던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그 말을 듣고 준모가 좋아하는 과자를 넣어 포장한 선물봉투를 들고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지우 100일 축하모임이라 사람들 관심이 동생에게 쏠리면
준모의 기분이 상할까봐 은근히 걱정했는데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자기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기분이 즐거운 상태를 넘어 상기된 듯 보였습니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함께 점심을 먹는데 식사는 뒷전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난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럴 때는 타일러도 소용이 없고 준모가 다치거나 식당종업원이나 다른 손님들이
언짢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돌보는 수밖에 없지요.
복도에 나가서는 동생 유모차를 태워달라고 졸라 어쩔 수 없이 태워주었더니 깔깔대며 난리가 났습니다.
‘준모야! 유모차는 애기가 타니까 응애~응애~ 하고 울어야지.’했더니
‘응애~응애~’하며 애기 우는 소리를 흉내 내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자며 짓궂은 장난을 쳤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에 내려와서는 다소 차분한 상태로 돌아와
‘준모야! 외할아버지께 인사드려야지.’했더니 손에 들고 있던 음식봉투를
외할머니께서 가져가시도록 드리고 외할아버지께 인사를 하였습니다.
할머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2층 하늘정원에 나가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 몇 개를 따서
대야에 넣고 깨끗이 씻은 후 먹는 시늉을 내었지만 먹지는 않았습니다.
물장난을 할 수 있도록 큰 대야와 나무막대를 가져다주니 분사기로 꽃에 물을 주고는
대야에 물을 받아 막대로 휘젓기도 하고 야외테이블과 의자에 물을 뿌려 먼지를 씻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서있는 쪽 바닥에 물을 분사시켜 튕긴 물방울에
바지가 젖도록 하고는 살짝 나의 반응을 살피는 듯했습니다.
‘준모야! 할아버지 옷 젖는다.’했더니 씩~ 웃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할애비에게 물세례를 날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고는 깔깔대며 자기 몸에도 물을 뿌렸습니다.
탐색전을 편 다음, 본격적인 물세례를 날리고 자기 옷도 젖게 하는 3단계 고도의 전술을 선 보였답니다.
조손이 젖은 옷을 갈아입으러 실내에 들어왔더니
할머니가 물장난을 더 하려면 다 끝낸 후에 옷을 갈아 입어라고 했지요.
준모가 그 말을 듣고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하부! 물놀이 더하자.’하면서 앞장서 하늘정원으로 다시 나갔습니다.
조손간의 본격적인 물장난으로 옥상에는 이리저리 물줄기가 난무하였습니다.
준모는 분사기로 물을 쏘는 것도 모자라 작은 대야에 물을 받아 할애비에게 끼얹기도 하였습니다.
준모 스스로도 자기 몸에 물을 뿌리고 할애비에게 뿌려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준모 감기 걸릴까봐 물세례를 참았다가 물놀이 막판에 살수를 해주니
깔깔대는 큰 웃음소리가 조용하던 아파트에 메아리쳐 나갔습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블록놀이를 하고 있는데 아범과 새아기가 돌아왔습니다.
준모가 블록을 케이스에 챙겨 넣으며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다가
뜬금없이 ‘엄마! 아까 왜 나보고 뭐라 했지?’하고 정색을 하며 물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했는데 새아기가 ‘아까 자동차 열쇠를 빨리 안주어서 그랬지.’하니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의 반응은 없었습니다.
낮에 있었던 일이지만 준모의 마음을 언짢게 한 여운이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배웅을 하며 ‘준모야! 할아버지한테 인사하고 가야지.’했더니
허리를 숙여 점잖게 인사를 하고는 ‘저희 가보겠습니다.’하고 인사말까지 덧붙였습니다.
준모가 할머니에게도 ‘저희 가보겠습니다.’하고 몇 번이나 인사말을 하였답니다.
아범과 새아기가 하던 인사말을 듣고 기억하고 있다가
오늘 조부모에게 처음으로 직접 인사말을 건넨 모양입니다.
낮에 식당에서 짓궂은 장난을 칠 때와
하늘정원에서 물장난을 할 때는 영락없이 네 살배기 개구쟁이였는데
조부모에게 하직인사를 하고 인사말까지 건넬 때는
도저히 같은 아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의젓했습니다.
준모야! 오늘 파티도 좋았고 물장난도 재미있었니?
네가 조부모에게 건넨 인사말은 너무나 의젓하여 ‘감동’ 그 자체였단다.
건강하고 티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우리 도련님! 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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