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손님
(2016.6.19.)
오늘은 모처럼 집안 대청소를 했습니다.
부엌에선 압력솥 증기 빠지는 소리가 요란하고 닭백숙 냄새가 솔솔 풍겨왔습니다.
반가운 손님이 오기로 약속된 날이기 때문이지요.
대가족이 한집에 살던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요즘처럼 가끔씩 찾아오는 손주들은 반가운 손님인 셈이지요.
지우는 유모차를 타고 준모는 ‘찍찍이 캐치볼’을 들고 왔습니다.
준모는 조부모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자마자 나에게 캐치볼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킥보드도 가져왔지만 요즘은 캐치볼 놀이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공놀이를 조금 하다가 ‘하부! 토마토 따자.’며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플라스틱 그릇을 건네주자 능숙한 솜씨로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만 골라 따 담았습니다.
농사 수확(?)이 끝나자 ‘하부! 우리 꽃 심자.’며 자기 꽃삽을 들고 왔습니다.
바닥에 비닐을 깔고 모종이 담긴 화분과 빈 화분을 올려놓았습니다.
‘준모야! 빈 화분의 흙을 조금 파내고 모종을 뿌리까지 깊게 파서 옮긴 후에
흙을 이렇게 덮어주는 거야.’하고 시범을 보였더니 잘 따라했습니다.
‘하부! 이제 물을 줘야지!’하고는 모종을 옮겨 심은 화분에 물을 듬뿍 주어 마무리를 했습니다.
예상대로 준모는 오늘도 분사기를 들고 물장난을 시작했습니다.
지우가 2층 복도에서 오빠가 물장난하는 모습을 보자 밖으로 나오려고 했습니다.
옥상에 내려놓자 바닥을 발로 구르며 좋아했습니다.
물뿌리개를 들고 오빠가 꽃에 물을 주던 행동도 따라했습니다.
아이들은 물장난이 무척 재미나는 놀이인가 봅니다.
지우는 유모차를 타고 준모는 캐치볼을 들고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햇빛이 건물에 가려지고 바람이 솔솔 불어 놀기에 좋았습니다.
준모가 ‘하부! 우리 공 던지기 하자. 하부는 여기에 서.
나는 저기서 할게.’하고 지시(?)를 했습니다.
준모의 공 받는 능력은 괜찮은데 던지는 공은 제대로 방향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준모가 평소 나이치고는 운동신경이 좋은데 조금 뜻밖이었습니다.
의아한 표정으로 준모를 쳐다보니 글러브를 오른손에 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생각하며 글러브를 왼손에 끼고 공을 오른손으로 던지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공을 던질 때는 팔을 어깨 위로 올려 상대방의 얼굴이나 가슴을 향해 힘껏 던지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금방 요령을 익혀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주고받기가 계속되니 준모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다음에 공 던지기를 할 때는 왼발을 조금 앞에 두고
체중이동을 하면서 던지면 더 멀리 던질 수 있다고 일러주어야겠습니다.
지우는 밖에 나오니 기분이 좋아 놀이터 주변 여기저기를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미끄럼틀을 한번 타보고는 재미가 나는지 자꾸 타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긴장하는 모습이었으나 숙달이 되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올 때 깔깔거리며 좋아했습니다.
지우또래의 한 아이가 아빠와 함께 놀이터에 나왔습니다.
지우는 그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갔으나 그 애는 전혀 반응이 없었습니다.
지우는 오빠가 있어 같이 노는 일에 익숙한 반면 그 아이는 아직 함께 놀 줄 모르는 모양입니다.
월령을 물어보니 지우와 똑같이 15개월 된다고 하였습니다.
준모가 불현듯 ‘할머니! 슈퍼에 가자.’고 하였습니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다기보다는 놀이에 싫증이 난 모양입니다.
주스와 과자를 사들고 먹으며 그늘지고 차가 다니지 않는 이면도로를 따라 천천히 산책을 했습니다.
할머니와 지우는 먼저 집으로 가고 준모는 놀이터에서 페달을 밟아 돌리는 회전놀이기구를 탔습니다.
‘준모야! 전에는 회전놀이기구를 못 탔는데 이제 잘 타네.’했더니
‘자전거를 탈 수 있으니까 이것도 잘 탈 수 있어.’하고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다시, 신나게 캐치볼을 하고 있을 때 외출했던 고모가 놀이터로 나왔습니다.
준모는 고모에게 본인의 캐치볼 실력을 뽐내는 듯 열심히 공을 던지고 받았습니다.
지우는 거실에서 버튼을 눌러 동요를 틀고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음악이 나오면 절로 신명이 나는 모양입니다.
여러 곡의 리듬에 맞추어 몸을 우쭐거리고 손을 흔들며 좋아했습니다.
준모는 애니메이션을 보러 고모와 컴퓨터 방에 올라가고
지우는 소파에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무릎에 앉혀 어린이 프로를 보여주니 할애비에게 가만히 기대어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잠이 들었나하고 얼굴을 보니 눈을 말똥말똥 뜨고 열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금방 지루해질 텐데
한참동안 화면을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외출했다가 돌아오자 준모는 모두들 자기를 보라며 캐치볼 실력을 한껏 뽐내었습니다.
잘 한다고 박수를 치며 감탄을 하자, 준모가 ‘대박이야!’ 소리치며 좋아했습니다.
옆에 있던 지우는 슬그머니 고모와 할애비 그리고 아빠에게 번갈아 다가갔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오빠에게 쏠려있으니 관심을 자기에게 돌리려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준모가 놀이 블록을 가져와 높이 쌓으니 지우는 ‘어치~ 어치~’하고 소리를 내며 허물었습니다.
지우는 아직 블록을 쌓기는 어렵고 허물기는 쉬운 모양입니다.
쌓은 블록을 동생이 계속 허무니 오빠가 화를 내려고 했지만 고모가 중재를 하여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밤이 이슥하여 웃음과 박수 소리를 뒤로 하고 준모는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지우는 빠이~ 빠이~ 손을 흔들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준모야! 오늘 캐치볼 재미있었니?
운동에 소질이 있으니 기본만 배우면 잘 할 수 있을게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니 햇볕에서 오래 동안 놀지 않는 것이 좋겠다.
몸 건강히 또 만나자구나. 안녕~ 우리 도련님...
지우야! 오늘 미끄럼 타기 재미있었니?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춤도 추며 재롱을 많이 부렸구나.
이제 얼굴 가리지 않고 할애비하고도 잘 노니 흐뭇하단다.
여름타지 말고 건강하거라. 또 만나요~ 우리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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