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2016년

하부! 내 장난감 사 줄 수 있어?

돌샘 2016. 7. 23. 14:19

하부! 내 장난감 사 줄 수 있어?

(2016.7.17.)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준모가 지우의 유모차를 밀면서 개선장군처럼 의젓하게 나타났습니다.

할애비에게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선보이나 봅니다.

거실에 대형물총과 장난감을 꺼내놓고 자랑(?)을 한 후에 모두들 보는 자리에서 ‘글자 맞추기’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머’라는 글자가 나오면 ‘머’하고 읽고는 ‘할머니 할 때 머’라고 얘기했습니다.

적혀있는 글자의 발음을 먼저 읽고 해당 글자가 들어있는 단어의 예를 들었습니다.

모두들 ‘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아직 공부할 나이는 아니지만 칭찬을 해주면 흥미를 가지고 재미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글자 맞추기가 끝나자 물총놀이 하자면서 하늘정원으로 나갔습니다.

물통에 물을 채운 후에 탄창처럼 장착을 하고 공기를 압축시켜 방아쇠를 당기니 가느다란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물총을 몇 번 쏴보고는 뜬금없이 ‘하부! 내 장난감 사 줄 수 있어?’하고 물었습니다.

내심 사고 싶은 장난감이 있나 보다 생각하며

‘그래, 준모가 꼭 사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하부가 당연히 사주지’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내 얼굴을 쳐다보며 씩~ 웃고는 ‘하부! 방울토마토 따러가자’며 토마토가 심어진 곳으로 갔습니다.

준모가 사고 싶은 장난감이 있는데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아서 일까요?

아니면 할애비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마음을 떠 본걸까요?

그 의문은 한참동안 내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토마토를 그릇에 담고 물에 몇 번 씻어 조손이 하나씩 맛을 보았습니다.

 

준모는 고모와 컴퓨터 방에서 애니메이션 ‘카봇’을 보고 지우는 할머니와 2층 복도에 있었습니다.

지우는 발가락을 다쳐 붕대를 감고 있어 물놀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지우가 옥상으로 계속 나가려고 하니 할머니가 ‘지우야! 지금은 나가면 안 되고 나중에 할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옥상에 같이 나가라’고 하니 ‘네~’하고 대답을 하는데 애교가 철철 넘치는 목소리였습니다.

내가 2층 복도에 올라가자 지우가 할머니에게 안겨 있다가 나에게 두 팔을 쭉~ 뻗으며 안기려고 했습니다.

지우를 안고 거실로 내려가려 하니 몸을 홱 돌려 옥상 나가는 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가자는 의사표현을 했습니다.

말을 할 때는 아직 쉬운 몇 가지 표현만 하지만 말을 듣고 인식하는 수준은 한 단계 앞서있는 것 같습니다.

대답을 할 때 준모는 씩씩하게 ‘예~’하며 큰 소리로 대답하는데

지우는 애교 있게 ‘네~’하며 예쁜 목소리로 귀엽게 대답한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을 텐데, 흉내 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귀엽게 대답했습니다.

옛 어른들께서 손녀를 키우면 손자를 키울 때와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를 두고 하신 말씀인 모양입니다.

안고 옥상으로 나가자 내려서 마음대로 놀고 싶어 몸을 비틀었지만 뜻대로 해 줄 수가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준모와 지우 모두 옥상에 나가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실내보다는 시야가 개방되어 있으니 심리적으로 해방감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비온 후고 햇빛도 구름에 가려 놀이터에서 놀기 좋았습니다.

준모는 풍선과 비닐 공을 번갈아 가며 손으로 치기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하며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지우는 발에 붕대를 감고 있으니 맨발이라 오빠와 놀고 싶어도 놀 수가 없었습니다.

유모차에 앉아 오빠가 노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으니 지루한 모양입니다.

슈퍼에서 준모가 먹고 싶어 하는 과자를 사들고 서초중학교 운동장으로 갔는데 공사 중이라 문이 닫혀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지우는 먼저 집에 들어가고 나는 준모가 원하는 대로 놀이터에 가서 더 놀기로 했습니다.

놀이터에 도착하니 초등학생 부자가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었는데 준모가 공놀이를 하면서 흘금흘금 쳐다보았습니다.

준모가 ‘가위 바위 보’ 놀이가 신기해서 그러나 생각되어 가르쳐주니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조손이 신나게 공놀이를 하고 있는 놀이터에는 다른 아이들과 보호자도 하나 둘 나왔습니다.

준모가 공차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씩씩하게 잘 찬다며 칭찬을 하자 더욱 힘껏 공을 찼습니다.

한참 공놀이를 하고는 ‘하부! 수수께끼 놀이 하자’고 하였습니다.

준모는 ‘도마뱀’에 관한 문제를 내었는데 할애비가 맞히지 못했고

나는 ‘말’에 관한 문제를 내었는데 준모가 단번에 맞혔습니다.

그러자 준모가 2 : 0으로 자기가 이겼다고 두 팔을 치켜들고 좋아했습니다.

조손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놀고 있다가 아범 전화를 받고서야 저녁 무렵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지요.

오늘은 초복이라 모두들 올여름을 건강하게 나도록 보양식으로 닭백숙을 먹었습니다.

지우는 할머니가 먹였는데 식사가 먼저 끝나고 지우의 청에 의해서 하늘정원으로 나갔습니다.

할머니가 붕대감은 발을 고려해서 파라솔 의자에 앉히고 토마토가 담긴 그릇을 건네주자 좋아했다고 합니다.

두 손으로 물이 담긴 그릇을 두드리고 토마토를 집어 하나씩 나누어주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답니다.

짐을 챙겨 집에 돌아갈 준비를 마쳤는데 준모는 더 놀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집에 가야한다고 재촉을 하자 할머니 집에서 자고 가겠다고 까지 하였습니다.

내일 노리안에 가야 하니 방학 때 할머니 집에서 자라며 달래어 보냈습니다.

할머니 집에 놀러 와서 재미없고 지루하여 집에 빨리 가자고 채근하면 낭패스러울 텐데 더 놀고 가겠다니 흐뭇했답니다.

 

준모야! 오늘 재미있게 잘 놀았니?

할애비에게 장난감 사 줄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준비하고 있을 테니 갖고 싶은 장난감 있으면 얘기하세요.

장마도 끝나가니 다음에 할머니 집에 놀러올 때쯤이면 옥상에서 본격적인 물놀이를 할 수 있겠구나.

몸 건강하게 잘 지내고 지우도 잘 보살펴주세요.

안녕~ 또 만나요. 씩씩한 우리 도련님...


지우야! 발을 다쳐서 마음대로 놀지 못해 아쉽구나.

말하는 내용도 하나씩 늘어나고 대답도 정말 귀엽게 잘 했단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건강하게 여름 나세요.

재미있고 신나게 놀려면 항상 건강해야 한단다.

안녕~ 건강하게 만나요. 귀여운 우리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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