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 73

하늘정원의 봄과 여름

하늘정원의 봄과 여름 (2023.4~8월) 잔일거리를 마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낮 더위에 축 쳐져 있던 꽃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냥 잘까 하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정원사(?)의 순간적인 망설임이 꽃들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났다. 아파트 외등을 켜고 화분에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물을 주었다. 불빛과 분사기 물줄기에 놀란 모기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한낮의 더위는 가셨지만 모기들의 전방위 공격이 대단했다. 화단과 화분에 물을 듬뿍 주고 거실로 내려오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늦었지만 할 일을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하늘정원에 피었던 꽃들의 멋진 모습도 서둘러 정리해야겠다. 봄단장을 마친 후 저마다 지닌 개성대로 피어난 꽃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봄과 여름으로 구..

하늘정원 꽃단장

하늘정원 꽃단장 (2023.4.9.) 봄이 오면 산과 들로 꽃구경을 다니기도 하지만 하늘정원 꽃단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월동한 초목들이 꽃을 피울 즈음 화사하게 핀 화원의 꽃들을 데려와 정원을 예쁜 꽃동산으로 가꿔야 한다. 4월 8일(토) 오전에 미리 보아 두었던 꽃시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꽃을 골라 왔다. 오후에는 손주들을 만나 즐거운 주말을 보내느라 꽃 심는 일은 내일로 미루었다.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꽃의 크기와 색상에 어울리는 화분을 골라 정성스레 옮겨 심었다.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종일 작업을 하고 나니 허리와 온몸이 쑤셔와 남은 꽃모종은 다음 주말에 심기로 했다. 플라스틱 포트에 심어져 있던 꽃들을 예쁜 화분에 옮겨 심어 놓으니 한결 근사해 보였다. 연장을 정리한 후 물을 듬뿍 주고 바..

봄이 오는 하늘정원에서

봄이 오는 하늘정원에서 (2023.3) 포근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봄이 하늘로 오는 것 같은데, 새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땅속에 숨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늘정원에 봄이 찾아올 때쯤이면 우리 집 정원사(?)의 몸과 마음도 바빠진다. 큰 추위가 지나면 노지 월동용 보온덮개를 벗기고, 영상의 기온이면 비닐도 걷어 내야 한다. 또한 꽃샘추위가 올 것을 감안해 실내에서 월동한 화분들을 하늘정원에 옮길 시기를 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른 봄 하늘정원에는 명자나무, 자두나무, 보리수나무, 동백꽃과 돌단풍이 앞다투어 꽃을 피운다. 꽃망울이 봉긋봉긋 돋아 2층 복도에 둔 ‘긴기아난’이 하얀 꽃을 활짝 피우자 온 집안이 향기로 가득하다. 아침, 저녁으로 싱그러운 향기를 맡으면 지난겨울의 노고를 ..

하늘정원에 찾아온 겨울 손님

하늘정원에 찾아온 겨울 손님 (2023.1.26) 하늘정원은 아파트 위에 꾸민 작은 정원이지만 봄, 가을로 뭇 새들이 찾아오고 여름이면 시원한 매미소리가 들려오는 곳이랍니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화분들도 치워지고 한적하다 못해 삭막한 곳으로 변해 버린답니다. 긴 설 연휴가 끝나고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며 창밖을 보니, 눈발이 어지럽게 날리고 있습니다. 눈이 쌓이는 보도를 내려다보며 출근길 걱정도 잠시, 기쁜 마음으로 하늘정원에 올라갔습니다. 어느새 함박눈으로 변하여 온 천지가 하얗도록 펑펑 내립니다. 우면산 쪽에도 시가지 쪽에도... 장독 위엔 벌써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갑니다. 어린 시절 추억들도 바람타고 눈송이처럼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합니다. 작고 소소하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 입니다. 하늘정원에..

하늘정원에 핀 가을꽃과 월동준비

하늘정원에 핀 가을꽃과 월동준비 (2022.12) 하늘정원에 피는 가을꽃은 봄과 여름철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해서 좋다. 화단과 화분에 국화꽃이 피기 시작하면 가을이 온 줄 안다. 이제 우리집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아 여러 색깔의 국화가 이곳저곳에서 핀다. 샛노란 빛깔의 산국, 하얀 설악초, 청초한 모습의 ‘나도 샤프란’도 계절을 놓친 적이 없다. 나팔꽃, 란타나, 족두리꽃(풍접초)은 여름부터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엔젤트럼펫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또한 남천의 붉은 열매는 꽃보다 더 아름답다. 계절을 착각해 가을에 피는 덩굴장미는 하늘정원의 귀한 손님 같다. 하늘정원 월동준비는 우리집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다. 기온과 식물의 생육상태 그리고 내 컨디션을 감안해 계획을 세운다. 올해는 허리 통증..

하늘정원의 여름

하늘정원의 여름 (2022.9) 며칠 사이에 하늘이 훌쩍 높아지고 매미 우는 소리가 뜸해졌다. 머잖아 들판엔 황금물결이 일렁이고 저마다 땀 흘려 이룬 결실을 거두어들이겠지. 아침, 저녁으로 하늘정원에 올라 꽃들의 상태를 살피고 물을 주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꽃들이 피었던 자리에는 벌써 꽃씨가 영글어 가는 모습이 엿보인다. 무더위 속에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던 일은 이제 추억이 되었나 보다. 여름철 하늘정원에 핀 꽃들 중에 향기로는 문주란, 야래향, 란타나, 엔젤트럼펫이 뛰어났다. 그 중에서 꽃 모양은 문주란, 향기의 은은함은 야래향이 으뜸이었다. 예전부터 익숙하게 보아왔던 봉선화, 채송화, 원추리, 나리꽃, 나팔꽃, 도라지꽃과 목본류인 능소화, 수국이 피었다. 풍접초(쪽두리꽃), 풍..

하늘정원의 봄과 초여름

하늘정원의 봄과 초여름 (2022.6) 하늘정원의 봄은 긴 기다림 끝에 오지만 떠날 때는 가고 난 후에야 알게 된다.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 까닭이리라. 긴 겨울을 함께 보낸 꽃들이 피어날 때마다 느끼는 마음을 모아 계절일기에 남겨 놓는다. 보라색 ‘매발톱꽃’이 피고나자 동백꽃 봉오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유난히 많이 맺힌 꽃망울이 피지도 못한 채 떨어질까 봐 걱정했는데, 차례차례 붉은 꽃을 활짝 피워 기쁨을 주었다. 다양한 철쭉꽃들이 뒤따라 피어났다. 종류마다 독특한 이름을 가졌지만 그냥 철쭉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베란다 꽃밭에 하얀 은방울꽃이 송이송이 피어나고, 봄이 한층 무르익어 갔다. ‘샤스타 데이지’가 무리지어 피어 바람결에 살랑대는 모습이 정겹다. ‘디기탈리스’와 ‘섬초롱꽃’이 ..

실내외 새봄맞이

실내외 새봄맞이 (2022.4.5.) (실내에 핀 꽃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더니 복도에 활짝 핀 ‘긴기아난’꽃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뒷방에서 겨울을 보내고 함께 있던 꽃들을 바깥으로 내보낼 때 향기를 탐해 복도에 두었던 꽃이다. 복도엔 동양란 하나, 양란 하나, 군자란 둘, 긴기아난 넷 등 모두 8개의 화분이 서로 경쟁하듯 꽃들을 활짝 피웠다. 꽃 모양은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향기는 ‘긴기아난’이 완전 압권인 듯하다. 2주 전 어느 날 새벽 눈을 떴을 때 감미로운 향기로 내 마음을 들뜨게 하며 피어났다. 퇴근이나 외출에서 돌아올 때면 독특한 향기로 반겨주곤 했다. 향기 속에 겨울을 견뎌낸 꿋꿋함이 느껴져 더욱 좋았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인연 따라 만나고 헤어진다더니, ..

하늘정원 월동준비와 여름, 가을 전경

하늘정원 월동준비와 여름, 가을 전경 (2021.12월) 늦가을에 접어들면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주말이면 가을 나들이도 뒷전으로 미루고 화분 월동준비를 해야 한다. 십 수 년을 이어 온 일이지만 무거운 화분을 실내로 옮길 때는 바짝 긴장한다. 체력이 저하되는 나이에다가 실수라도 한다면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꽃가꾸기는 어느새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며 꽃피우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과 보람을 어디다 견주겠는가... 월동준비를 위해 움직이다 보면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이용하고 체력에도 무리가 가니 어깨와 허리의 통증, 가벼운 몸살이 뒤따라온다. 올해는 11월을 넘기기 전에 월동준비 중에 힘 드는 일을 대충 마쳤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큰..

하늘정원의 봄과 초여름

하늘정원의 봄과 초여름 (2021.6월) 월동을 마치고 봄맞이 하느라 바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하늘정원엔 벌써 6월의 따가운 햇살이 쏟아진다. 새봄에 보리수와 영산홍, 철쭉이 피고 지자, 화단엔 은방울꽃, 불두화와 병꽃 그리고 덩굴장미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크고 작은 화분엔 ‘미스킴 라일락’, ‘부룬펠지어 자스민’, 향정목, 백화등, 끈끈이대나물, 샤스타데이지, 작약, 섬초롱꽃, 패랭이, 꽃잔디, 기린초, 디기탈리스, 바위취가 앞을 다투듯 피어났다. 5월은 ‘계절의 여왕’, 장미는 ‘꽃의 여왕’이라 하는데, 5월 하늘정원 울타리에 흐드러지게 핀 붉은 장미는 정말 여왕중의 여왕이었다. 출퇴근길 아파트 아래서 하늘정원을 올려다보면, 울타리너머로 풍성하게 드리워진 붉은 장미가 그야말로 꽃 대궐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