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 73

하늘정원의 봄

하늘정원의 봄 (2021.4.11.) 아침햇살이 퍼지자, 어제 화원에서 사다놓은 화사한 봄꽃들을 화분에 옮겨 심는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꽃의 특징에 알맞은 화분을 골랐다. 식물의 생김새와 앞으로 자랄 모양, 꽃의 크기와 색상 그리고 모아심기 여부를 고려해 화분을 선정했다. 흙의 종류는 꽃모종이 심어져 있는 토양에 맞추었는데, 인공토가 대세를 이루었다. 하늘정원 인조잔디에 작업용 비닐을 깔고 화분, 인공토, 부삽, 흙을 섞고 담을 용기, 꽃모종, 쓰레기통을 편리한 위치에 옮겨놓고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길쭉한 형태의 화분에 덩굴형으로 자랄 식물을 옮겨 심었다. 만사를 잊고 꽃 심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직박구리’ 한마리가 날아와 보리수 위에서 요란스럽게 지저귄다. 머리털 모양을 보니 올해 부화했나 보..

하늘정원의 봄맞이

하늘정원의 봄맞이 (2021.3월) 3월 20일. 오후에 비가 온다더니 오전부터 봄비가 내린다. 비옷을 입고 예정대로 월동용 비닐을 걷어냈다. 돌단풍과 명자나무는 꽃을 피웠고, 영산홍과 철쭉은 곧 터질 듯 꽃망울이 부풀러 올랐다. 화분사이 보온용으로 넣어둔 헌옷은 흠뻑 젖은 것도 있었다. 실내에서 월동한 작은 화분들도 비를 맞도록 밖에 내놓았다. 헌옷가지와 비닐, 담요 등 보온자재가 하늘정원에 가득 찼다. 헌옷과 담요는 처마 안으로 넣었지만, 비닐은 그냥 비를 맞힐 수밖에 없었다. 비닐 속에서 월동한 화분은 식물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분만 남아있는 듯했다. 비가 오지만, 처마 안쪽에 놓인 화분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꽃들이 오랜 갈증을 식히도록 물을 듬뿍 주었다. 일요일엔 비가 그쳤지만 바람이 세차..

눈 내리던 하늘정원의 봄

눈 내리던 하늘정원의 봄 (2021.3.14) 지난겨울엔 눈이 자주 내려, 하늘정원 장독대와 물확도 하얗게 변한 별천지가 펼쳐지곤 했다. 노지월동 초화는 비닐과 담요로 이루어진 보온시설 덕분에 혹한을 무사히 넘겼다. 2월 하순부터 출근길 아파트 화단에는 하얀 매화와 노란 산수유가 피어났다. 실내에서 월동하는 돌단풍과 양란은 벌써부터 꽃을 피웠고, 군자란과 ‘긴기아난’은 꽃망울을 키워가고 있다. 새싹이 돋아나는 초목은 웃자라지 않도록 햇볕이 잘 드는 바깥에 내놓았다. 3월 둘째 주 일요일 아침엔 날씨가 하도 포근해 그냥보내기 아까웠다. 옥상 하늘정원 꽃밭을 정리하니, 여기저기 새싹이 한창 돋아나고 있었다. 월동용 비닐은 꽃샘추위가 찾아올까봐 걷어내지 못하고, 꽃씨 파종 준비와 파라솔을 설치했다. 꽃과 새싹..

하늘정원의 가을과 월동준비

하늘정원의 가을과 월동준비 (2020.9~12월) 하늘정원 울타리에 빨간 꽃 몇 송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뭔가 하고 들여다보니 때 아닌 덩굴장미였다. 가을이 한창인데 봄꽃이라니... 계절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하긴 지난 주말에 손주들이 몰려와 철지난 물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옷이 젖는 차가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냥 즐거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꽃송이 너머 푸른 하늘이 훌쩍 높아진 것 같다. 하늘정원엔 금송화, 설악초, 국화, 풍접초(쪽두리꽃)를 비롯해 나도 샤프란, 란타나, 엔젤트럼펫이 앞다투어 피었다. 나뭇잎에 노랗고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할 무렵 철쭉과 군자란, 야래향, 긴기아난 등 분갈이를 했다. 박쥐란이 몇 년 사이에 몰라보게 무성해졌다.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보리수 잎이 떨어지기 시작..

2020년 하늘정원의 여름

2020년 하늘정원의 여름 (2020.9) 여름의 초입에 들어설 때만해도 올핸 폭염이 심할 거라 했다. 긴 장마가 폭염을 씻어 내린 듯 지나고 보니 더위 고생을 덜한 것 같다. 여름 막바지에 태풍이 연거푸 지나가더니 어느 날 하늘이 깊은 바다처럼 파랗다. 짙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자 하늘정원엔 어느새 가을이 가득하다. 올여름엔 비가 많이 내려 꽃밭에 물주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덕분에 모기에 물리는 고통도 그만큼 줄었다. 태풍경보가 연이어 내릴 때는 살짝 불안하기도 했지만, 태풍이 비껴지나가고 나름대로 대비를 잘(?)한 덕분에 피해는 없었다. 기상이변이라 해도 계절은 어김없이 오가고, 꽃들은 철을 어기지 않고 제때에 피어났다. 긴 장마사이 언뜻언뜻 맑은 하늘이 보일 때면, 매미가 찾아와 하..

하늘정원의 봄

하늘정원의 봄 (2020.5월) 지난겨울 큰 추위가 없었던 덕분에 봄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느낌이다. 뜻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봄꽃축제는 줄줄이 취소되고 말았지만, 꽃은 제철을 어기지 않고 피었다. 하늘정원에도 동백꽃, 자두나무, 보리수, 각종 철쭉과 영산홍, 병꽃나무, 불두화, 만리향나무(돈나무), 향정목이 차례로 꽃망울을 터뜨리고 매발톱꽃, 은방울꽃, 꽃잔디, 섬초롱꽃, 디기탈리스, 샤스타데이지, 바위취, 기린초, 끈끈이 대나물, 백화등, ‘부룬펠지어 쟈스민’이 앞을 다투듯 피어났다. 화원에서 사다 심은 화초는 크기에 비해 꽃송이가 많이 달리고 빛깔이 화려하지만 하늘정원에서 월동한 꽃은 모양이나 색깔이 소박하고 청초한 느낌이 든다. 품종 차이도 있겠지만 온도, 비료, 햇빛을 적기에 공급받지..

하늘정원의 봄을 추억하며...

하늘정원의 봄을 추억하며... (2019.8) 봄의 생명력이 움트던 하늘정원엔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여름의 열기로 가득하다.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봄은 쉽게 떠나버리고 불청객처럼 찾아온 여름이 기승을 부린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할 때 창가에 피어난 원추리와 도라지꽃은 져버린 지 오래다. 한여름 불볕더위에 시간마저 정지한 듯 만물이 축 처져있는 느낌인데 어디선가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하늘정원 봄날의 사진들을 뒤적이며 조용히 회상에 잠겨 더위를 잊어본다. 제비꽃과 매발톱 꽃이 봄을 알리자 단풍나무는 꽃처럼 생긴 붉은 싹을 틔웠다. 매화, 보리수, 영산홍, 불두화, 병꽃, 조팝나무, 기린초와 꽃잔디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샤스타데이지와 백정화가 큰 별과 작은 별처럼 무리지어 피어났다. 넝쿨장미 꽃봉오리가 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