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 73

하늘정원의 여름, 가을과 월동준비

하늘정원의 여름, 가을과 월동준비(2016) (여름) 하늘정원의 빨간 넝쿨장미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면 봄은 가고 여름이 온다. 초여름엔 보리수가 익어 더욱 좋다. 붉게 익은 보리수 열매를 찾아온 새들이 맑은 노래를 시원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첫 대면 땐 인기척에 놀라 날아 가버리더니 몇 번 마주하고 나서는 무시하듯 큰소리로 지저귄다. 어디서 날아온 매미가 가지에 붙어 목청을 높이기 시작할 때면 여름은 무르익어 간다. 한가한 휴일 오후 도심 속에서 듣는 새소리와 매미소리는 청량감을 더해준다. 저녁에 더위가 한풀 꺾이면 시원한 물을 듬뿍 뿌리며 지친 꽃과 함께 생기를 되찾는다. 하늘정원에서 함께 더위를 보낸 꽃으로는 샤피니아, 군자란, 꽃 치자, 범부채꽃, 란타나, 수국, 원추리, 나리, 베고니아, 꽃베고..

하늘정원의 월동과 봄맞이

하늘정원의 월동과 봄맞이 (2016.3~5월) 긴 겨울동안 노지와 온실 그리고 실내에서 월동한 식물들은 몇 주에 걸쳐 차례로 봄맞이를 한다. 보리수나무의 잎망울이 크게 부풀어 오르고 매화의 꽃망울이 붉어질 무렵 온실의 거적과 비닐, 보온재를 벗겨내었다. 겨우내 물을 주지 않았는데도 제법 젖어있어 정원바닥에 골고루 널어 말렸다. 며칠 동안 말린 재료들은 종이박스에 차근차근 넣어 정리하였다. 어느 날 지인과 대화중에 운동이냐 노동이냐가 애매할 때는 돈을 내고 하느냐, 돈을 받고 하느냐로 구분하면 된다고 하여 웃은 적이 있다. 그 기준에 의하면 나의 하늘정원 가꾸기는 운동도 노동도 아닌 것 같다. 취미 정도로 분류될 듯하다. 취미는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어 좋다. 월동자재 정리가..

하늘정원 분갈이

하늘정원 분갈이 (2015.4.18) 내일 귀여운 손자와 손녀를 보러가는 들뜬 마음을 진정시킬 겸 지난주 꽃구경으로 미루어 놓았던 분갈이를 하러 아침부터 하늘정원에 올랐다.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꽃의 종류와 꽃망울의 크기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철쭉과 명자나무와 보리수, 매발톱 꽃과 할미꽃이 피었고 단풍나무의 새잎은 꽃처럼 붉다. 엔젤트럼펫, 남산금(무늬가 있는 관음죽), 관음죽, 아레카야자 등을 큰 화분에 옮겨 심고 화분에 씨앗이 떨어져 싹이 난 섬초롱 꽃을 화단에 옮겨 심었다. 파라솔 밑에 앉아 막걸리로 중참을 먹고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덧 봄은 절정에 달한듯하다. 비온 후 청명한 날씨라 가시거리가 길어져 우면산과 서리풀 공원이 눈앞에 다가온다.

4월 초 하늘정원

4월 초 하늘정원 작년 봄 하늘정원에 심은 매화가 만개하였다. 집사람과 딸아이에게 자랑스럽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작은 나무라 꽃이 흐드러지게 피지는 않았지만 밤에 전등을 켜고 보면 더 정취가 있는 것 같다. 어설프게 만들었지만 비닐온상에서 월동을 한 돌단풍과 매발톱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천리향은 2월에 벌써 진한 향기를 내뿜었으니 노천과 비닐온상의 온도 차이를 실감케 한다. 이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테니 실내에서 월동한 화분들을 모두 정원에 내놓았다. 화분들을 특성에 맞게 배열하고 자재를 정리하고 화분 밑받침을 씻어 말렸다. 다음 주말에는 작년 가을에 거두어들여 보관해 온 각종 꽃씨도 뿌리고 꽃모종도 사와서 심어야겠다. 하늘정원이 화사한 꽃동산으로 변신하면 벌과 나비 그리고 때때로 새들도..

청춘을 기다리며

청춘(靑春)을 기다리며 (2015.3)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心腸)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 있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청춘예찬’이란 수필의 일부분이다. 그 시절 이 글을 읽을 때면 가슴은 고동치고 끓는 피가 뛰놀듯 맥박소리가 쿵쿵거리며 들려왔다. 그러나 젊음을 뜻하는 청춘은 이젠 기억의 뒤안길 어디에선가 빛이 바랜 채 낡아가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하늘정원에 올라가 긴 겨울의 묵은 잔재를 걷어내고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靑春)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젊음은 잠시 머물다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봄은 ..

하늘정원의 겨울나기

하늘정원의 겨울나기 늦가을 낙엽이 지기 시작할 무렵 가지치기를 하고 화단에는 거름을 주었다. 초화가 크게 자란 화분들은 분갈이를 하고 월동을 위해 실내로 옮겨야 하는 화분은 목욕을 시켰다. 노천에서 월동할 화분들의 보온용 비닐과 갖가지 재료로 구성된 덮개들을 보관용 박스에서 끄집어내어 햇볕에 말렸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인 11월 하순경에는 화분들의 실내 대이동이 시작되었고 추위가 몰려온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12월 초에는 노천용 보온시설도 설치하였다. 부지런한 정원사라면 2~3일에 모두 마칠 일이지만 주말마다 기분이 내키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몇 주가 걸렸다. 세상일이란 같은 일을 해도 무엇을 언제까지 꼭 마쳐야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히면 중노동이 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하면 신선놀음이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