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놀이
(2019.5.26.)
아범이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 지우와 함께 왔는데 지우는 모기에 물렸다며 볼이 벌겋게 부어있었습니다. 지우가 인사를 마치자 부엌에 있던 소반을 들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거실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자는 의미인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식탁에 앉아서 먹자하여 모두들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세 사람 몫은 아이스크림을 그릇에 제대로 담고, 할머니 몫은 조금만 담았습니다. 맛있게 먹느라 조용한 가운데 할머니가 먼저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가 힐끗 쳐다보더니 애교스럽게 “아~ 할머니도 아이스크림을 좋아 하는구나~”하여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할머니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다른 사람보다 빨리 먹었다는 뜻을 함축해 유머 있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지우가 외가 가족과 함께 여행할 북유럽의 나라이름과 ‘인어공주’상이 있는 덴마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년에 여행을 다녀와서는 나라이름과 구경한 것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어린이집 선생님께 초콜릿 사러 갔다 왔다고 했다는데... 1년 동안 많이 자라 인식력과 이해력 그리고 기억력이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했답니다.
하늘정원에 올라가서는 꽃에 물을 주겠다며 수도꼭지를 틀어달라고 하였습니다. 틀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본인이 쉽게 틀 수 없는 점도 있지만 허락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날씨가 쌀쌀하거나 여벌의 옷이 없을 때는 물놀이를 만류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분사기를 들고 다니며 화분에 물을 주다가 플라스틱 그릇과 물확에 물을 채워 넣는 장난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 잠깐 기다리세요.”하고는 실내로 들어갔습니다. 서재에 있던 골프공을 가져 나와 물에 띄우는 장난을 했습니다. 작년에 오빠와 함께 하던 물놀이 방법이 기억났나 봅니다. 물을 파라솔과 테이블에 뿌리는 장난으로 변하더니 슬쩍슬쩍 내 바지를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 저번에 오빠하고 놀 때 음~ 가지고 놀던 그릇 없어요?”하고 물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준모하고 물장난을 할 때 사용했던 큰 플라스틱 대야를 찾는 모양입니다. “창고에 넣어 두었지!”했더니, “그거 가져다주세요.”하였습니다. 물놀이 규모가 점점 커지면 옷이 젖을 테니 “여름에 더운 날 오빠하고 물놀이할 때 가져다주마.”하며 만류를 했습니다. 이제는 지우하고도 조손간에 대화가 통하니 억지를 부리는 일이 없어 좋습니다.
저녁식사로는 할머니가 건강을 고려해 준비한 ‘영계 닭백숙’이 나왔습니다. 지우는 조금 먹어보더니 “나는 곰국 먹을래!”하였습니다. 지우는 ‘곰국’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부랴부랴 지우가 먹을 ‘곰국’을 별도로 준비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예전에 지우가 할머니한테 했던 말을 우스개로 얘기했습니다. 지우가 “아이~ 창피해! 아무한테나 얘기하지 마세요.”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변지우’씨의 인격권(?)도 충분히 고려해야겠습니다. 지우가 아이스크림 가게 장난감을 가져와 소꿉놀이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내가 손님으로 방문하면 어떤 맛의 아이스크림을 얼마만큼 사겠는지 묻고, 그릇에 담아주며 돈을 받는 놀이였습니다. 몇 번에 걸쳐 아이스크림을 사고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가격을 지불했습니다. 소꿉놀이가 끝나자 지우가 받았던 돈을 모두 내게 돌려주려고 했습니다. “지우야! 그건 소꿉놀이해서 번 돈이니까 지우가 가져도 돼.”했더니 좋아하며 여러 가지 사진 포즈를 취해주었습니다. 아직 돈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유용하다는 정도는 아는 것 같습니다.
지우가 집에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겼습니다. 지우가 오면서 가져왔던 ‘뽀로로’ 음료수를 냉장고에 넣어둔 생각이 나, 주려고 했지만 다음에 와서 먹기로 했습니다. 지우가 “아무도 먹지마세요!”하며 금지령을 내리고는 곧이어 “소민이는 착해서 주어도 괜찮아요~”하고 예외를 두었습니다. 지우 언니가 소민이 동생을 생각하는 정성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중앙광장에서 할머니가 차에 탄 지우를 향해 “지우야~ 할머니도 지우 여행가는 곳에 따라 가고 싶다~”고 하자 “할머니는 가봤잖아요!”하는 한마디로 간단하게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차가 출발하자 차안에서 큰소리로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손녀 > 4~5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깜작 방문 (0) | 2019.06.21 |
---|---|
저 비행기 덴마크 가나? (0) | 2019.06.21 |
할머니 방문기(6) (0) | 2019.05.24 |
'언더씨킹덤' 방문 (0) | 2019.05.17 |
할머니 방문기(5) (0) | 2019.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