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비행기 덴마크 가나?
(2019.6.14.)
퇴근하여 아파트 울타리를 들어서자 어디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들어 아파트 창문을 올려다보니 지우가 할머니와 함께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손을 크게 흔들며 응답을 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현관문은 열려있는데 거실에 들어서도 지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애비가 자기를 찾도록 어디에 살짝 숨은 모양입니다. 방문을 열자 웃으며 안겨왔고 거실로 나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조손이 창밖을 내다보며 건너편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습니다. 창 너머 하늘높이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비행기가 높게 날아 작게 보였지만 석양빛을 받아 반짝였기 때문에 눈에 잘 띄었습니다. 지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큰소리로 “저기 비행기 날아간다.”고 하였습니다. “비행기가 어디로 날아가지?”했더니 조금 망설이다 “덴마크에 가나?”하였습니다. 얼마 전 여행을 다녀온 나라이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우야! 덴마크에 가서 인어공주를 보니까 어땠어?”하고 물으니 “조그만 했어!”하고 간단하게 대답했습니다. 여행출발 전 인어공주를 본다며 상기됐던 태도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우는 오늘 어린이집에서 가게 놀이를 할 때 산 옷이라며 못 보던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연습장과 마스크, 오이가 든 채소묶음도 샀다고 했습니다. 지우는 저녁을 먼저 먹었다며 할머니와 동화책을 읽었습니다. 책읽기가 지루해질 즈음에는 할머니 모자를 쓰고나와,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자기 모습을 보며 흡족해하였습니다. 지우가 할머니와 이야기 중에 자기는 곰을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얘기 내용상 맹수인 곰은 아닌 것으로 생각되어 “곰이 뭐니?”하고 되물었더니 웃으며 ‘곰국’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요즘은 다섯 살 손녀가 할애비를 놀리며 갖고 노는 형국이 되었답니다. 낮에는 할머니와 놀이터에 나가 또래 아이들과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다는데, 저녁에는 하늘정원에서 물놀이를 하겠다며 나더러 같이 가자고 하였습니다. 지우는 먹을 게 필요하거나 책을 읽고 싶을 때는 할머니를 찾고 옥상에 올라가 꽃구경이나 물놀이를 하고 싶을 때는 나를 찾습니다. 자신이 필요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누구에게 부탁해야 되는지 나름의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빠가 퇴근하여 데리러오자 조금 더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차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하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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