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4~5세

잠자리는 집이 제일 좋아요

돌샘 2019. 6. 28. 21:23

잠자리는 집이 제일 좋아요

(2019.6.21.)

퇴근길 발걸음이 아파트 울타리에 이르자 눈길은 자연히 창문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창문에 아무도 보이지 않구나 생각하는 찰나, 창문이 열리고 지우가 “할아버지~”하고 부르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할애비도 큰소리로 “지우야~”하며 힘껏 손을 흔들었습니다. 자식들을 키울 때도 보기 힘든 정겨운 장면이 조손간에 일어나 더욱 흐뭇했습니다. 오늘도 현관문은 열려있었지만 거실에 들어서도 지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살짝 지우가 작은 방에 있다고 일러주었지만 주방 베란다에서 나타나며 깔깔 웃었습니다. 지우가 작은 방에서 베란다로 옮겨 갈 때 할머니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한 모양입니다. 퇴근할 시간이 되어가자 지우가 틈틈이 창문 밖을 쳐다보다가 내가 시야에 나타나자, 할머니에게 창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한 모양입니다. “멀리 있어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을 텐데 할아버지인 줄 어떻게 알았어?”하고 물었더니, 가방을 맨 모습과 옷을 보고 알았다고 했습니다. 지우가 오늘은 저녁도 먹기 전에 하늘정원에 나가 놀자며 앞장 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지우를 따라 급히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분사기로 꽃에 물을 주다가 어느새 물을 공중으로 뿌리는 장난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물을 자유롭게 뿌리는 행동자체를 흥미롭게 여기고 옷이 젖는 것도 놀이로 생각하나 봅니다.

 

조손이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하는데 지우는 빵을 먹은 탓인지 밥맛이 없는 모양입니다. 식사를 마치고는 탁자에 앉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종이에 세 사람을 그려놓고 그림 위에 각각 변지우, 할머니, 소민이라고 적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글씨를 제법 잘 썼습니다. 할머니와 동화책도 읽으며 즐거운 저녁 한 때를 보냈습니다. 아범이 퇴근하여 지우를 데리러 올 때, 뜻밖에 잠옷 차림의 준모도 나타났습니다. 잠옷을 입고 온 것을 보니 예정에 없이 갑자기 오게 된 모양입니다. 준모는 인사를 하자마자 하늘정원으로 올라가 직접 심은 강낭콩이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보고는 물놀이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준모가 분사기를 잡고 테이블을 향해 신나게 물을 뿌려대자 지우는 물뿌리개에 물을 채워들고 함께 장난을 쳤습니다. 거실에 내려와서는 남매가 소파에 온몸을 날리며 얽혀서 장난을 쳤습니다. 아범이 내일 여기에 다시 올 거니까 일찍 돌아가자고 했지만 남매는 미련이 남은 듯 짐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빠는 지금 집에 돌아가야 하니 더 놀고 싶은 사람은 할머니 집에서 자고 가라.”했더니 모두들 서둘러 짐을 챙겼습니다. 할머니 집에서 노는 것은 좋지만 잠은 집에 가서 자고 싶은 모양입니다. 옛 어른들께서도 잠자리는 가려서 자야한다고 하셨는데, 좋은 습관이지요. 지우는 할애비에게 안긴 채 오빠와 함께 웃으며 중앙광장으로 내려갔습니다. 남매도 싱글벙글하고 조부모도 연신 미소를 지었습니다. 내일 오후에 다시 만나자며 조손이 마주보며 서로 손을 흔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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