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광명동굴
(2019.7.6.)
오늘 서울의 낮 기온이 36.1도까지 치솟으며 7월 상순 기온으로는 80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피서하면 젊었을 때는 바다나 강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시원한 실내나 가까운 계곡 정도가 제격이다. 집에서 빈둥거리기보다는 어디를 가볼까 하고 궁리를 하다가 작년에 입소문으로 들었던 광명동굴이 떠올랐다. 이왕 동굴을 구경할 바에야 여름철에 피서까지 겸하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광명동굴은 석회동굴이나 용암동굴 같은 자연동굴이 아니라 금광으로 개발되다 폐광된 갱도를 관광용으로 재개발했다고 한다.
광명시 위치는 알고 있지만 시가지 도로는 전혀 모르니 내비게이션 안내에 귀를 기울이며 광명동굴을 찾아갔다. 눈비와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지붕이 설치된 목재 덱을 따라 걸어 올라가자 조그만 광장이 나왔다. 여러 대의 푸드 트럭은 음식냄새를 풍기고 야외 테이블은 음식을 먹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동굴입구로 오르는 비탈길 한쪽 수로엔 물이 콸콸 흐르고, 물장난하는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뒤섞여 왁자지껄하였다. 동굴을 들어서자 긴팔 옷을 입었는데도 서늘한 한기가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동굴을 따라 들어가니 ‘빛의 공간’과 ‘동굴식물원’으로 나뉘는 ‘웜홀광장’이 나타났다. 광장 중앙엔 빛을 발산하는 예쁜 꽃들이 장식되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조명이 다양한 빛깔과 모양으로 변하는 ‘빛의 공간’을 지나자 ‘동굴예술의 전당’이 나타났고, 암벽에 투사되는 빛의 쇼를 구경했다. ‘동굴 아쿠아월드’와 ‘황금패 소망의 벽’을 지나자 ‘소망의 초신성’이라는 큰 별이 매달려 눈길을 끌었다. 소망의 벽에는 관광객들이 구입해 각자의 소망을 적어 걸어둔 황금패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어느새 동굴온도에 적응이 되었는지 서늘하던 느낌은 없어지고 알맞은 온도가 되었다. 지하 암반수가 웅장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황금폭포’를 지나 계단을 따라 ‘동굴지하세계’로 내려가자 ‘황금궁전’과 ‘황금의 방’이 나타났다. 넓은 동굴공간에는 ‘신비의 용’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생동감이 넘치도록 잘 제작되어 있었다. 목재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와 동굴식물원 쪽으로 들어서자 안에는 와인동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에 설치된 조명등이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르는 형상을 연출해 내며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동굴을 천천히 산책하듯 한 바퀴 둘러보는데 한 시간가량 소요된 것 같았다.
동굴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염천의 붉은 해도 지친 듯 서산에 기대어 섰다. 폐광에 재현된 문화예술은 둘째 두고라도 시원한 동굴 속에서 더위와 잡념을 잊은 채 피서 한번 잘 한 셈이다. 다음 더위엔 어디를 찾아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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