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3~4세

택시는 머리에 이렇게 모자를 썼어요

돌샘 2022. 6. 18. 18:19

택시는 머리에 이렇게 모자를 썼어요

(2022.6.11.)

갑작스런 허리 통증이 찾아와 소민이를 만나지 못하나 염려했는데, 주사를 맞고 나니 조금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요통은 겉으론 멀쩡해 보여 자칫 엄살로 오해받기 쉬운 병이지요. 오늘 현관 밖으로 마중 나갈 때는 할머니가 함께 나가 소민이를 대신 안아 주었답니다.

 

소민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층 버스라는 책을 선물 받고 싱글벙글했습니다. 선물을 받으면 꾸밈없이 좋아하니 주는 사람 마음도 덩달아 즐거워집니다. 탁자 아래 놓인 작은 공들을 들고 나와 계단 위에 던지는 놀이를 하자고 했습니다. 조손이 3개의 공을 나누어 들고 계단에 던지자 ~ ~’튕기며 신나게 내려왔습니다. 소민이가 어릴 때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시작한 놀이인데, 이젠 스스로 공을 던지며 노는 어린이로 자랐답니다.

소민이가 2층 컴퓨터 방에 들어갔는데 자동차가 보이지 않자 어디에 두었는지 내게 물었습니다. 뒷방에 있는 자동차를 보여 주고 넓은 곳에서 타도록 권했지만 컴퓨터 방이 좋다며 끌고 가서 놀았습니다. 소민이가 거실 소파 등받이 위에 올라가 장난을 치기에 우리 소민이 노래 한번 불러봐라~”고 했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등받이에 걸터앉은 채 다리를 까닥거리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동요 나비야를 즐겁게 잘 불렀답니다.

조손이 하늘정원으로 나갔습니다. 파라솔 옆에서 놀다가 창문 앞쪽으로 가 빨갛게 핀 접시꽃과 소민이가 어린이집에서 받아 온 카랑코에화분을 보여 주었습니다. ‘카랑코에는 분갈이 후 새잎이 돋아나고 꽃송이가 맺혀 예쁘게 보였습니다. 소민이가 아빠와 노는 도중에 말없이 창문 쪽으로 사라졌습니다. 급히 뒤따라갔더니 카랑코에화분 앞에 멈춰 서 자기 이름이 적힌 팻말을 만지고 있었습니다. 꽃 중에서도 자기와 관련된 꽃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소민이가 ‘100층 버스라는 책을 내게 들고 와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돋보기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망설여졌지만 조손 사이가 돈독해지도록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책을 한참 읽어 내려가는 도중 소민이가 문득 할아버지 택시는 어디 있어요?”하고 물었습니다. 책 그림에 택시가 안 보여 별 생각 없이 승용차를 가리키며 택시 여기 있구나!” 했습니다.

소민이는 내가 가리킨 차를 빤히 쳐다보더니 아니야~ 택시는 머리 위에 이렇게 모자를 썼어!”하며 자기 손을 펴서 머리 위로 들어올렸습니다. 택시를 잘 알고 있는 손녀에게 잘못 대답했다는 생각이 들자 낭패스러웠습니다. “그래, 소민이가 택시를 잘 알고 있구나! 소민이가 얘기한 것처럼 택시는 지붕에 등이 달려 있지? 할아버지가 승용차를 택시로 잘못 얘기했구나!”했습니다. 손녀에게 이실직고(?)를 하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조손이 느긋한 마음으로 소파에 앉아 어린이 프로를 봤습니다. 아빠가 내일 해외 출장을 가니 오늘은 일찍 집에 가서 쉬어야한다고 말했더니 곧 일어났습니다. 소민이가 오늘따라 아는 것도 많고 이해심마저 넓어 보였답니다.

 

소민아! 한 번 설명 들은 것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하니 아는 것이 정말 많구나. 선생님과 엄마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세요.

안녕~ 또 만나요. 우리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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