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와 남한강 한 바퀴
(2022.6.19.)
지난 몇 주 동안 집안에 머물렀으니 이번 주말엔 교외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비교적 근거리에 강과 숲을 만날 수 있는 지역으로는 팔당호 둘레만한 곳이 없다.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서면서 주말 상습 정체구간을 지날 예정이니 구체적인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다. 교통 정체가 발생하는 지역과 상황을 파악해 드라이브 코스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생각이었다.
팔당댐으로 향하는 올림픽대로에서 교통상황을 파악했는데, 예상과 달리 교통이 원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댐 상부도로를 건너 양평 쪽으로 가다가 양수리 ‘두물머리’에 들렀다. 주말에 교통정체를 피해 두물머리에 도착하다니, 신통방통한 일이었다.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느티나무 노거수와 나루터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둥근 초록색 잎이 무성한 연밭 사잇길을 지나는데 연꽃이 핀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6월 중순이면 이곳에 연꽃이 피기 이른 시기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백련이 많이 피었고 홍련은 간간이 보였다. 크고 작은 봉오리들도 잔뜩 맺혀 있었다. 그런데 뭍 쪽에 있는 작은 연밭에만 꽃이 피고, 반대편 넓은 연밭에는 꽃은커녕 봉오리조차 맺히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느티나무 부근으로 다가서니 강가 나룻배의 황포 돛이 바람을 받아 한껏 부풀어 오른 모습이었다. 배 띄울 준비는 끝난 것 같았지만 떠나간 선원들은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나루터 꽃밭에는 5마리의 호랑이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는데, 나루터와 호랑이는 썩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강물엔 오리 한 쌍이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부표에 올라앉은 백로는 먹이를 노리는 듯 시선을 고정한 채 서 있었다.
두물머리에서 나오니 서울 방면은 차량이 늘어섰고 양평 쪽은 수월했다. 양평 ‘만남의 광장’ 부근에서 남한강변 ‘대심리’ 마을길로 들어섰다. 카페 ‘예마당’ 앞 연잎이 무성한 습지를 지나 상심정(賞心亭)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정자 옆 언덕에 서서 유유히 흐르는 푸른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후련해졌다. ‘아신대’ 후문 쪽으로 난 강변길에서는 상류와 하류, 건너편에 있는 강변마을의 한가로운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겨울 이곳을 찾았을 땐 강가 얼음 위에 오리 떼만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지금은 수상스키가 시원한 물살을 가르고 있다.
양평읍 초입부에 있는 ‘물안개 공원’에 들렀다. 인공폭포에서는 상쾌한 물줄기가 비탈면을 따라 쏟아져 내리고, 한 쪽엔 ‘김종환 노래비’가 세워져 있었다. 김종환씨가 부른 ‘사랑을 위하여’란 노래에서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라는 가사가 떠올랐다. 공원 옆 강물에 떠 있는 부교(浮橋)를 건너 ‘양강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부교를 건너는 중간에 물놀이 나온 오리 대가족을 만났다. 새끼들은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앙증맞아 보였다.
‘양근대교’를 건너 남한강과 팔당호의 남쪽 도로를 따라 팔당댐 방향으로 돌아나갔다. ‘팔당물안개공원’은 보수공사 중이라 한적했지만 호숫가는 무성한 연잎들이 수면을 뒤덮고 있었다. 팔당전망대로 이동하여 호숫가 나무 데크에 올라 팔당호의 초여름 풍경을 조망했다. 옅은 안개 속에 멀리 팔당댐 상부 구조물이 희미하게 보였다. 호수는 깊은 잠이 든 듯 잔잔했고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만 감돌았다.
(양평 두물머리)
(대심리 남한강)
(양평물안개공원, 양강섬)
(팔당물안개공원,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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