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람
(2022.7.15.)
회사 휴무일인 금요일에 맞추어 청와대 관람 신청을 해 놓았다. 비가 오면 실내관람이 제한된다고 하여 마음이 쓰였지만 다행히 날씨가 맑았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청와대로 걸어가는 길엔 오후의 따가운 햇살이 쏟아졌다. 입구에서 예약 QR코드 확인을 받고 영빈관에서부터 본관 방향으로 구경을 시작했다. 건물 외관은 나름 특색이 있고 정원도 잘 가꾸어져 있었지만, 실내 구경거리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외국 왕궁을 머릿속에 떠올린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다.
본관에서 관저로 올라가는 산책길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나무 사이로 흘낏 보이는 굴뚝의 문양은 궁궐에서 봤던 것처럼 독특했다. 관저의 한옥식 대문에는 인수문(仁壽門)이란 큼직한 현판이 달려있었다. 관저 내부의 이모저모는 건물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관람할 수 있었다. 그냥 쭉 훑어보며 지나갔을 뿐 특별한 구경거리는 없었다. 퇴임 때 사유물들은 모두 가져갔을 테니 구경할 물품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웅장한 한옥 건물과 빗물받이의 독특한 생김새만 눈길을 끌었다.
인수문 맞은편 오솔길을 따라 오르며 ‘오운정(五雲亭)’과 ‘미남불’ 구경에 나섰다. 언덕 비탈길엔 나무계단이 설치되고 북악산의 울창한 숲이 햇볕을 가려 시원했다. ‘오운정’은 자연의 풍광이 신선 세계와 같다고 하여 ‘오색구름’을 뜻하는 ‘오운’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현재는 정자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데 이설된 탓인지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암반 위에 난 오솔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보호각 아래 늠름한 자태의 석조 불상이 나타났다. 정식 명칭은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으로 보물 제 1977호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흔히 불리는 애칭 ‘미남불’에 어울리게 균형 잡힌 신체에 잘 생긴 불상이었다. 예술적인 가치가 있으니 탐욕에 눈먼 인간들 손에 경주에서 남산으로 청와대로 옮겨 다니느라 고생한 셈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시내 쪽을 굽어보니 남산 N타워와 고층 빌딩들이 빤히 보였다. 광화문 쪽으로 펼쳐진 경복궁 전각들의 지붕배치도 눈여겨볼 만했다.
상춘재로 향하는 고즈넉한 숲속은 맑은 계곡과 초가지붕 정자 그리고 연못이 어우러져 명승지를 찾아온 착각이 들 정도였다. 바닥의 모래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계곡물엔 큼직한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숲이 끝나는 곳에 ‘ㄱ’자 형태의 한옥 상춘재(常春齋)가 자리했다. 뜰을 지나 계단 아래로 내려오니 잘 가꾸어진 파란 잔디와 위엄을 갖춘 노송 몇 그루가 우리를 맞았다. ‘녹지원’이란 곳으로 깨끗하게 잘 정돈된 정원이었다. 잔디밭 한쪽엔 로봇이 오가며 부지런히 잔디를 깎고 있었다. 춘추관을 지나 춘추문 밖으로 나오자 관람은 끝났다.
(영빈관)
(본관)
(관저)
(오운정, 미남불)
(상춘재, 녹지원)
(춘추관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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