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2년)

세미원 연꽃 구경

돌샘 2022. 7. 23. 10:40

세미원 연꽃 구경

(2022.7.17.)

서울 근교의 연꽃 피는 시기는 7, 8월경이니 더위를 피해 연꽃 구경을 할 방도는 없는 것 같다. 연밭 중에는 꽃이 피지 않는 곳도 있고 해마다 만개 시기가 다르니 사전에 잘 확인해야 한다. 지금 연꽃이 한창 피고 있다는 세미원(洗美苑)에 연꽃 구경을 나서기로 했다. 주말 상습 정체구간에 속하는 까닭에 전철을 이용해 양수역까지 가고 800m정도는 걷기로 했다. 6년 전 이맘때 세미원을 처음 방문하는 날에는 두물머리에서 배다리를 건너 입장했는데, 요즘은 정문 쪽으로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연꽃을 구경하러 갈 때면 사전에 인터넷 검색을 했어도, 현장에 도착해 연꽃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까지는 가슴 졸이게 된다. 연꽃을 보러 갔다가 연꽃 그림자도 보지 못하는 낭패를 당했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미원 불이문(不二門)으로 들어가 징검다리를 건너고 장독대 분수를 지나 홍련지로 접근해 갔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둥글고 큼직한 잎 위로 연분홍 연꽃이 가득 핀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음엔 안도감, 얼굴엔 엷은 미소가 피어났다. 홍련은 한창 만개 시기이고, 백련은 막 피어나는 듯했다.

 

불교에서는 연꽃을 더러운 흙탕물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 하여 숭상하고, 유학자들은 단아하고 고귀한 자태와 은은한 연꽃 향이 군자의 기품을 닮았다 하여 화중군자(花中君子)라 일컫는다. 그러나 연꽃은 깊은 뜻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겹겹이 감싸 안은 듯 단아하고 우아한 홍련과 백련.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나 보다. 연꽃을 한번 보고 나면 많은 이들이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찾게 되니 말이다.

 

열대 수련과 조형물, 갖가지 형상의 분수를 구경하며 경내를 쭉 돌았다. ‘세한정모네의 정원을 둘러보고 물레방아와 학 조형물을 지나 물고기 형상의 대형 분수대를 구경했다. 분수대 옆 울창한 소나무 그늘 아래에는 차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세족대가 있었다. 신발 벗기가 잠시 망설여졌지만 걷기에 지친 발을 맑고 시원한 물속에 담그는 여유를 가졌다. 조금 지나자 발이 시려 오고 온 몸까지 시원해졌다. 발이 호강을 하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전철 시간에 맞추어 양수역으로 향하는데 칠월의 붉은 석양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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