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3년)

팔당호의 겨울 풍경

돌샘 2023. 1. 20. 10:47

팔당호의 겨울 풍경

(2023.1.14.)

한겨울인데도 날씨가 포근해 비가 내린다. 내일은 진눈깨비가 내리고 곧이어 설밑 추위가 몰려올 것이라 한다. 갇혀 지내듯 답답한 느낌이 들어, 비가 오지만 바람을 쐬러 나가기로 했다. 주말에 팔당호 둘레 길은 남쪽 구간이 조금 덜 막히는 것이 경험칙이다. 올림픽도로와 호반 도로를 거쳐 팔당전망대조금 못 미친 남종면 레포츠공원에 잠시 차를 세웠다. 지날 때마다 늘어선 민물매운탕집들이 눈에 띄던 동네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호수 건너편 산등성이에는 하얀 구름이 살짝 걸렸다. 길게 드리워진 수양버들에 빗방울 맺힌 모습을 보고 봄이 오는 줄 잠시 착각했다. 하얀 얼음으로 덮인 겨울 호수는 쓸쓸했지만 운치가 있었다.

팔당전망대는 한때 코로나로 폐쇄되었지만 다시 문을 열었다. 전망대 건물에는 들어가지 않고 호숫가 데크에 서서 주변 경치를 바라보았다. 호수를 감싸고 있던 뿌연 안개가 바람에 흩어지며 시야가 터였다. 호수 건너 좌측엔 팔당댐 상부의 조형물, 맞은편엔 다산생태공원 시설들이 한결같이 제자리를 지켰다. 호수는 긴 겨울을 지나며 꽁꽁 얼어 있었지만 산들로 둘러싸인 정경이 아늑해 보였다.

남한강을 거슬러 오르다가 강하면수변공원에 들렀다. 넓은 습지의 누렇게 시든 수초들 사이로 긴 데크가 설치돼 있고, 조형물들이 간간이 보였다. 빨간색 포토 존에 올라서니 강변에 마주 보고 선 두 그루의 나무가 첫눈에 들어왔다. 연인이나 부부 나무처럼 정겹게 보였다. 시선은 상, 하류를 한 바퀴 돌아 건너편으로 향했다. 비에 촉촉이 젖은 마을과 숲. 나무 사이로 검붉은 기둥과 기와지붕이 살짝 보였다. 예전에 방문한 양서면 대심리마을에 있던 상심정(賞心亭)이라는 정자였다. 상심(賞心)이란 경치를 즐기는 기쁜 마음이라 했지... 팔당호의 겨울 풍경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그러했다.

 

(남종면 레포츠공원과 팔당전망대에서)

 

 

(강하면 수변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