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3년)

칠궁 탐방

돌샘 2023. 2. 11. 10:37

칠궁(七宮) 탐방

(2023.2.5.)

청와대 서쪽에 자리한 칠궁을 찾았다. 작년 청와대 방문 때 관람하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지만 궁궐이 아닌 사당으로, 왕을 낳은 비빈들의 신위가 모셔진 곳이다. 조선의 왕과 왕비들 신위가 종묘의 정전과 영녕전에 모셔진 것과 비교된다. 칠궁에는 육상궁(毓祥宮), 연호궁(延祜宮), 덕안궁(德安宮), 저경궁(儲慶宮), 대빈궁(大嬪宮), 선희궁(宣禧宮), 경우궁(景祐宮) 등 일곱 개의 궁이 있지만, 육상궁과 연호궁, 선희궁과 경우궁은 각각 한 사당 안에 모셔져 건물은 다섯 채뿐이다. 칠궁 자리에는 원래 영조가 생모인 숙빈 최씨를 기리기 위하여 숙빈묘(淑嬪廟)를 세웠는데 승격해 육상궁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외의 궁은 도성 안에 흩어져 있던 사당들을 이곳에 옮겨왔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유적 탐방에 나섰다.

 

외삼문을 지나 송죽재(松竹齋), 풍월헌(風月軒), 삼락당(三樂堂)으로 이루어진 재실을 거쳐 중문을 들어섰다. 높은 계단 위에 설치된 삼문 안 정면에는 단아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건물이 우뚝 섰다. 바깥쪽엔 연호궁(延祜宮), 안쪽엔 육상묘(毓祥廟)라 적힌 큼직한 현판이 걸려 있었다. 앞쪽 좌우엔 신주를 임시 보관하던 이안청(移安廳)이란 건물이 마주했다. 서쪽에 난 쪽문으로 나오니 냉천이라는 우물과 냉천정(冷泉亭)이라는 정자 그리고 자연(紫淵)이라는 조그만 연못이 보였다. 정자를 지나 서쪽 삼문으로 오르니 덕안궁이 나오고, 그 뒤로 저경궁, 대빈궁, 선희궁과 경우궁의 건물 3채가 나란히 자리했다. 칠궁을 내려오며 뒤돌아보니 건물 주위는 노거수(老巨樹)가 둘러싸고 멀찍이 북악산이 자리해 아늑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