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관람과 경회루, 향원정 산책
(2023.2.5.)
겨울 날씨치고는 상당히 포근한 주말이다. 점심을 먹고 집을 나와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관람에 나섰다. 고궁박물관 주변을 걷을 즈음 교대식을 개최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수문장 교대식은 광화문 뒤편과 흥례문 사이 넓은 공간에서 열렸다. 많은 관중들이 주위를 에워싼 가운데 우렁찬 북소리를 신호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취타대 연주에 맞추어 큰 깃발을 든 기수대가 나타나고 연이어 칼을 찬 수문장이 등장했다. 수문장 교대식은 단계별로 우리말과 외국어 설명이 이어졌다. 대단한 볼거리는 아니어도 버킹엄 궁전이나 윈저 성, 프라하 성 등의 근위병 교대식에 비해 손색이 없어 보였다.
전각들을 벗어나 경회루와 향원정 그리고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경복궁의 겨울 풍광을 감상하기로 했다. 근정전 뜰을 가로질러 경회루가 있는 서쪽 문으로 나섰다. 넓은 연못은 온통 얼음으로 덮였고 활엽수의 낙엽이 진 상태라 주변 소나무들이 더욱 푸르러 보였다.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也(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알 수 있다)라는 문구가 실감나는 정경이었다. 경회루 건물과 못가의 수양버들, 멋진 자태의 노송들, 연못에 발은 담근 듯 위치한 정자 그리고 멀리 보이는 북악산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2006년 복원되었다는 태원전(泰元殿) 일원을 처음으로 둘러보았다. 그곳을 나와 육각형 2층 정자인 향원정(香遠亭)이 보이는 연못으로 향했다. 인공섬과 연결되는 취향교는 출입이 금지된 상태지만, 멀리서도 정자의 단아한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향원익청(香遠益淸 :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아진다)이라는 시 구절을 떠올리게 했다. 연못 북서쪽 모퉁이에는 ‘열상진원천’이라 새겨진 오래된 샘이 있었다. 샘물이 흘러드는 쪽 물속에 정자의 반영이 어른거렸다. 북쪽 신무문(神武門)으로 가는 길옆엔 집옥재와 팔우정 등 궁궐 내 이국적인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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