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3년)

천만송이 천일홍 축제

돌샘 2023. 9. 9. 10:29

천만송이 천일홍 축제

(2023.9.2.)

9월로 접어들자 양주 나리농원에서 천만송이 천일홍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말 오후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꽃구경을 가려는 마음을 꺾지는 못했다. 길을 나서자 차창너머로 펼쳐진 도봉산의 웅장한 봉우리가 한결 선명해 보인다. 벌써 하늘이 높아졌나 보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가운데 연못에는 수련이 활짝 피었다. 꽃구경은 개막되었지만, 축제는 18일부터 일주일간 열린다고 한다. 입구를 들어서자 선홍색을 비롯해 분홍색, 주황색, 하얀색 등 색색깔의 천일홍 군락이 펼쳐졌다. 천일홍은 꽃 모양이 평범하다고 여겨왔는데, 다양한 색상이 무리지어 활짝 피어 있으니 한결 돋보였다. ‘핑크뮬리는 철이 이른 탓에 핑크색보다 초록색이 우세했지만, 무늬억새와 팜파스 그래스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꽃밭 가장자리에 자그마한 동산이 조성되고, 정상에는 은빛 종이 매달려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동산을 오르는 나선형 비탈길을 걸을 땐 힘이 드는데다가 따가운 햇살까지 내리쬐어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올라온 기념으로 사랑의 종을 쳐보니 제법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주변은 오색의 꽃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장관을 이루었다. 비탈에 심어진 아스터와 아래 쪽 구절초와 코스모스는 아직 꽃망울 상태지만, 건너편엔 붉고 노란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는 칸나 꽃으로 보였는데 가까이 가니 한쪽은 자이언트 촛불맨드라미이고 다른 쪽은 칸나였다. 출구 부근엔 아치형 골조에 여러 가지 덩굴식물을 올려놓은 하우스터널이 나왔다. 아치형 천정부에는 크기와 모양과 색깔이 특이한 조롱박과 관상용 호박, 수세미, 여주 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눈길을 끌었다.

잘 가꾸어진 꽃밭을 구경하고 나니, 한 평의 땅이라도 생기면 곡물을 심었던 옛 시절과 비교돼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그 땐 제방이나 도로변을 따라 핀 가녀린 코스모스의 모습이 가을의 정취를 대변하기도 했다. 올 가을에도 전국 곳곳에 다양한 꽃 축제가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이다. 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꽃을 닮아 우리들 사는 세상이 한결 아름다워지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