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4)

여주 고달사지(高達寺址) 탐방

돌샘 2024. 9. 29. 12:30

여주 고달사지(高達寺址) 탐방

(2024.9.14.)

작년 가을에 다녀온 원주 폐사지 3(흥법사, 법천사, 거돈사) 탐방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설 연휴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야외 석조물을 관람하며 흥법사의 진공대사 탑과 석관’, ‘거돈사 원공 국사 승묘탑이 전시된 것을 보고 감회가 새로웠다. 폐사지를 탐방하면 오래되고 귀한 석조 유물을 감상하는 기회도 있지만, 외딴 지역이라 고즈넉한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해 지는 느낌이 좋았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추석 연휴 첫날 오후에 여주에 있는 고달사지 탐방에 나섰다.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질 무렵 고달사지에 도착했다. 넓은 폐사지 푸른 잔디밭에 갈색 데크 탐방로가 깨끗하게 조성돼 있었다. 인적이 없는 텅 빈 구릉지였지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스님의 염불소리가 정적을 깨트리고 있었다. 입구에 가까운 석조(경기도 유형문화유산)를 관람하고 석조대좌(보물)를 찾았다. 불상은 없어진 채 대좌만 남았는데, 고려 전기인 10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문외한의 눈에도 조각솜씨가 뛰어나고 보존상태가 양호해 보였다. 이곳 쌍사자 석등(10세기 고려, 보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는데, 이를 관람한 사진이 있어 뒤편에 첨부했다.

원종대사 탑비(보물)는 비석 몸체가 받침돌, 머릿돌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어 안내문을 읽어 보았다. 비석은 넘어지고 깨어져 박물관에 옮기고 복제품을 설치해 놓았다고 한다. 받침돌과 머릿돌은 원래 조각품으로 색상이 달랐고 섬세한 조각이 돋보였다.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자 구조와 모양이 아름다운 원종대사탑(보물)이 보였다. 승탑이 세워진 연대는 977(고려 경종2)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탑이 조금 기운 상태라 처음엔 사진을 잘못 찍었나 생각했는데, 탑 몸체에 경사계가 설치된 것을 보고 오해를 풀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언덕을 제법 오르자 또 하나의 승탑이 나타났다. 10세기 무렵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달사지 승탑으로 국보로 지정돼 있었다. 외관을 언뜻 봤을 때는 아래 쪽 원종대사탑과 유사해 보였다. 안내문을 읽고 자세히 관찰해 보니, 석탑의 구조와 석공의 조각 솜씨가 한결 좋아 보였다. 상중하로 구분된 받침돌 중 가운데 돌에 새겨진 거북이의 머리가 입체적으로 돌출되고 좌우에 조각된 용 문양도 생동감이 있었다.

 

(고달사지 유물)

 

 

(국립중앙박물관 고달사 쌍사자 석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