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5)

한겨울 마장호수 산책

돌샘 2025. 3. 2. 09:55

한겨울 마장호수 산책

(2025.2.21.)

금요일이지만 회사 공동연차로 쉬는 날이다. 햇살이 퍼지기를 기다려 점심을 먹고 파주에 있는 마장호수로 향했다. 예전에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한 적이 있다. 벌써 칠팔 년 전의 일이다. 그땐 방문객들이 많아 주차할 곳을 찾아 한참 헤맸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겨울철 평일이라 그런지 편리한 곳에 쉽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추운 날씨를 고려해 출렁다리를 건너서 호수 둘레길 반 정도만 산책할 요량이었다. 출렁다리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니 맑고 푸른 수면의 한쪽에 흰 얼음이 덮여 있었다. 다리를 건넌 후에는 예전에 산책로가 없었던 오른쪽 데크 교량 쪽으로 걸었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나뭇잎이 떨어진 숲속의 속살까지 들여다보는 게 좋았다. 데크 가까운 물가에 청둥오리와 원앙새 무리가 물놀이 하는 것이 귀여워 한참을 바라보았다.

 

둘레길 중간에 아담한 2층 정자가 있어 위에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호반에 자리한 아담한 카페며 조형물들을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청명한 하늘 아래 맑은 공기를 쐬는 것이 좋아 쌀쌀하지만 호수의 반쪽마저 걷기로 했다. 카약과 카누 탑승장은 얼음 속에 갇혀 버렸고, 댐 수문(여수토)을 지나 높다란 댐 마루 위를 걸었다. 야자열매 섬유로 엮은 코아매트가 깔려 있어 발을 밟을 때 푹신한 촉감이 느껴졌다.

 

호수 둘레길을 거의 한 바퀴 다 돌았을 무렵 정적을 깨뜨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출렁다리가 오후 5시에 폐쇄되니, 방문객들은 그 전에 다리를 건너달라는 부탁이었다. 출렁다리를 건너 전망대 쪽으로 되돌아 나오는데, 예상치 못한 찬바람이 불어 계절을 실감케 했다. 한겨울의 추위를 견디며 출렁다리를 건너고 철새들의 물놀이를 보며 자연 속의 고요한 둘레길을 산책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가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