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보고 싶어요
(2012.10.27)
준모를 직접 대한지 어느덧 3주가 지났답니다.
아범, 어멈이 지인 결혼식에 참석한 후 오후에 본가에 들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침에 전화를 해 준모를 맡겨놓고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기에 그렇게 하도록 승낙하고는
내심 오늘은 준모를 오랫동안 볼 수 있겠다 싶어 기뻐했답니다.
준모가 어멈 품에 안겨 현관을 들어와서는 거실 보료에 앉히니
주변환경이 낯선지 점잖게 가만히 앉아 이리저리 둘러보았답니다.
할머니가 준모를 안고 방에 들어간 사이 아범, 어멈이 얼굴을 보이지 않고 출발하도록 했답니다.
준모를 거실에 데리고 나와 소파에 인형들과 장난감을 올려놓으니
소파 앞에 서서 현관 쪽으로 가끔 눈길을 보내기는 해도 잘 놀았답니다.
그런데 20분 정도 지나니 준모가 잘 놀다가 갑자기 ‘엄~, 엄~’하면서 우는데
할머니와 할애비, 고모가 번갈아 가면서 안아주고 업어주어도 소용이 없었답니다.
엄마를 찾는 것이 분명해 보였답니다.
보통 때 같으면 준모는 업어주면 울지 않는데 오늘은 업어주어도 소용이 없었답니다.
단지 준모에게 등을 내밀며 ‘어부바’하면서 업히도록 하면 등을 향해 기어가는 동안은 울지 않았답니다.
어멈이 준모 우유는 2~3시경에 먹이면 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갔지만 하는 수 없이 1시경에 우유를 먹여보기로 했답니다.
우유를 먹이니 금방 울음을 뚝 그쳐 ‘아~ 이제야 준모가 울음을 그치겠구나.’하고 안심을 하는 즈음
우유를 다 먹고 우유병 꼭지를 입에서 떼는 순간부터 또 울기를 시작했답니다.
준모를 달래기 위해서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고 그러다 할머니 등에 업혀 스르르 잠이 들었지요.
준모를 보료 위에 누이고 그 사이 우리는 식탁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
준모 소리가 나기에 일제히 준모 쪽을 바라보니 어느 사이 준모가 일어나 앉아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고모가 준모에게로 달려가 같이 놀아주니 울지 않았으나 그것도 잠깐, 울기를 반복하니
할애비가 나비모양 머리띠를 쓰고 머리를 흔들며 손자 앞에서 재롱도 부려보고
할머니가 손자 목말도 태우고 손자를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나름대로 총동원하였답니다.
준모가 울려는 전조를 나타내면 할애비가 먼저 ‘엄~’하면서 준모가 우는 모습과 비슷한 표정을 지으니
처음에는 울지 않고 할애비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그것도 반복하니 효과가 없었답니다.
아범, 어멈은 길이 막혀 예정시간보다 늦어지고 우리는 준모가 너무 울면 건강에 좋지 않을까봐 마음을 조리고...
그러다 준모는 할머니 등에 업혀 또 잠이 들었답니다. 깨었다 잠들기를 또 한번 반복한 후
준모가 살짝 잠이 들었을 때 아범, 어멈이 집에 도착했답니다.
사돈댁에 보낼 물건들 포장도 하고 준모 물건들도 챙겨 가방에 넣고는
이제 준모 옷을 갈아입혀 출발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답니다.
준모를 깨우려고 하니 울까봐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아범, 어멈이 있으니 한편으론 안심이 되었답니다.
어멈이 '준모야!'하고 부르면서 깨우니 준모가 눈을 떴는데 엄마를 보고는 씩~ 웃으며 일어났답니다.
지금까지 하던 행동과는 너무 판이해 할애비가 안으면 어떻게 하려나 생각하며 안아주니 스스럼없이 안기고
겨드랑이를 끼고 보료위에 세우니 웃으며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서 난리가 났답니다.
그 순간 5시간 넘게 할애비, 할머니, 고모가 노심초사하면서 준모를 달랜 것은 거짓말(?)이 되어버렸고
너무 울어서 건강에 좋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은근한 걱정도 사라져 버렸답니다.
그리고 승용차를 타고 안전벨트를 매어도 예전과는 달리 울지 않았으며
손은 흔드는 할애비, 할머니를 빤히 쳐다보면서 출발했답니다.
준모야! 이 세상에 엄마의 사랑처럼 너그럽고 깊은 사랑은 없단다.
오늘 너의 행동을 보고나니 사자소학(四字小學) 첫 페이지에 실여있는 몇 구절이 생각나 올려놓는다.
훗날 읽어보도록 하거라...
할애비도 내일 오전에는 어머님(준모 증조모)께 안부전화를 드려야겠다.
父生我身(부생아신)하시고 : 아버지는 내 몸을 낳으시고
母鞠吾身(모국오신)이로다 :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셨네.
腹以懷我(복이회아)하시고 : 배로써 나를 품어 주시고
乳以哺我(유이포아)하시며 : 젖으로써 나를 먹여 주시며
以衣溫我(이의온아)하시고 : 옷으로써 나를 따뜻하게 하시고
以食飽我(이식포아)하시니 : 밥으로써 나를 배부르게 하시니
恩高如天(은고여천)하시고 : 은혜는 높기가 하늘과 같고
德厚似地(덕후사지)로다 : 덕은 두텁기가 땅과 같구나.
爲人子者(위인자자)가 : 사람의 자식된 자가
曷不爲孝(갈불위효)리오 : 어찌 효도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동영상은 준모가 할애비에게 업히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