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기 서운해요
(2013.7.10)
준모가 ‘아빠, 엄마’라는 단어 외에도 말을 하려고 하는지 혼자서도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몸짓이나 행동만으로도 어지간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말을 하게 되면 한결 정확한 뜻을 헤아릴 수 있게 되겠지요.
준모는 할머니와 놀다가도 할애비가 찾아가면 좋아하고 공원에 나가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더 좋아하는 것을 보니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은 모양입니다.
준모가 활발하고 붙임성이 있으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받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이웃주민들은 물론이고 공원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가고
손도 흔들어주고 고개를 숙여 인사도 곧장 잘하고 때로는 손을 만져주기도 합니다.
그런 행동을 하니 귀여워서 웃음을 지으면 준모도 미소로써 화답을 합니다.
낯선 사람이라도 웃는 얼굴을 하거나 관심을 보이면 본인을 귀여워한다는 것을 잘 아는 듯합니다.
오늘은 할애비를 보고도 곧 밖으로 나가자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준모가 소파 등받이를 타고 올라가거나
장난감 자동차를 발로 밀고 다니는 놀이, 무거운 장난감을 들어 옮기면서 노는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준모가 매트위에 등을 대고 누워 발을 위로 쭉 뻗어 올리는 행동을 보이기에
직감적으로 무릎으로 비행기를 태워 달라는 의사표현인 것으로 판단하고
할애비가 누워 무릎을 세우니 준모가 웃으면서 다가와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윽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조손간의 뜻이 일치하여 유모차를 타고 공원으로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요즘 준모가 공원에서 가장 많은 관심은 보이는 대상은 애완견이고
다음은 비둘기가 날아서 나뭇가지에 앉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준모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애완견을 겁내지 않고 다가가서 만져보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안전을 위해서 준모가 애완견으로부터 조금 떨어져서 보기만 하도록 양팔로 감싸 안으니
가까이 다가가려는 준모와 조손간에 때때로 신경전이 벌어지곤 하였습니다.
아파트에 들어와 상의를 입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현관에서 손을 흔들며 준모에게 ‘빠이~빠이~’를 하니
준모도 손을 흔드는 듯하다가 할애비에게 다가와 안겼습니다.
할머니가 대신 안아도 할애비에게 안기려고 해서 할머니가 준모를 안고 함께 아파트 입구까지 내려왔는데도
손을 흔들어주니 ‘어~어~’하는 소리를 내며 할애비한테로 오려는 몸짓을 했습니다.
차에 타 시동을 걸고나서 창문을 열고 ‘준모야! 빠이~빠이~’하고 손을 흔드니 여전히 서운한 표정과 행동을 보였습니다.
지난번에 아파트 입구 계단에서 헤어질 때도 할애비 손을 잡고 아파트 안쪽으로 끌어당겼는데 오늘 헤어질 때도 서운한 모양입니다.
만날 때도 반가워했지만 같이 노는 동안 정이 더 들었나 봅니다.
집에 들어가서 할머니와 놀다보면 서운한 감정은 곧 잊어버릴 수 있을 겁니다.
준모야! 네가 호기심으로 애완견을 만져보려고 하는데 할애비가 자꾸 만류를 하니 마음이 상했지?
만류 이유를 남겨 놓을 터이니 잘못된 상식에 의하여 과잉보호를 한 것인지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한 것인지는 훗날 네가 직접 평가해 보거라.
(애완견 접근 만류 이유)
1. 평소에 온순한 애완견도 신경이 애민해지는 시기가 있으며 애완견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어른과 아이를 구분할 줄 알고 특히 유아의 경우에는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단다.
2. 애완견을 잘못 건드려 물렸을 경우에는 상처와 통증도 문제이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네가 정신적으로 입게 될 충격이고 광견병 위험성도 염려하여 한사코 접근을 만류하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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