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가을 나들이

돌샘 2013. 10. 13. 21:42

가을 나들이

(2013.10.5)

준모가 조부모 집에 도착하자마자 점심도 제대로 먹지 않은 채 외출을 하자고 졸라

간단한 음식과 물을 챙겨 가방에 넣고 자동차와 비닐 공을 가지고 가을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집 부근에서 준모가 안전하고 재미나게 놀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는 예술의 전당이 제격이지요.

아범이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할머니는 좀 쉬게 하고 아범이 동행하도록 하려 했는데 할 일이 있다기에 할머니가 동행을 했습니다.

준모가 이 동네 지리에 어두워 처음에는 어느 쪽을 정해 놓고 가자고 하기보다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구경도 하고 문이 있으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습니다.

배낭에 달린 끈으로 통제하기도 하고 안기도 하면서 큰 길에 이르니 준모의 눈에 익은 길인지 예술의 전당 쪽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준모가 아빠와 산책도 하고 문화센터까지 다녀온 탓인지 조금 걷다가 할애비에게 안아달라고 하였습니다.

안겨서 가다가 모처럼 밀고 가는 자동차에 올라탔습니다.

보도의 바닥이 화강석으로 평평하게 조성되어 있기에 자동차를 밀면서 뛰어갔더니

준모가 신이 나는지 소리를 내어 웃기도 하면서 오래 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예술의 전당에 거의 다 와서 내렸습니다.

 

지하 실내에서 조명분수를 보면서 놀다가 분수 위로 난 투명계단을 올라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광장에 도착하여 인조잔디가 깔린 곳에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자 준모가 ‘와~’하는 소리를 내며 뛰어갔습니다.

할애비가 비닐 공을 들고 뒤따라가 던져주니 공을 가지고 놀며 다른 아이들과도 어울렸습니다.

오늘도 음료수 자동판매기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버턴을 자꾸 눌리는 모습을 보고는

준모가 동전을 넣고 버턴을 작동시켜 음료수가 나오는 과정을 직접해보도록 하였습니다.

준모가 아직 돈을 모르겠지만 버턴만 누르면 안 되고 무엇을 넣고 나서 눌러야 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이해를 한 듯합니다.

준모가 오늘은 음악공연장에 들어가 안내 홀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접수대 의자에도 올라가보고 티켓 발매소에도 들어가 보고 음반판매점에도 들어가 음반도 집어 들기도 했습니다.

할머니가 먹여주는 요거트와 쇠고기 전을 먹으며 의자에 앉아 조금 쉬다가 집으로 향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준모가 피곤한지 자발적으로 자동차를 탔으며 반쯤 와서는 할애비한테 안기더니 안긴 채 잠이 들었습니다.

거실에서 한 시간 넘게 자고 모두들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 일어났으나 준모는 배가 고프지 않은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다시 외출을 하자고 졸라 할머니와 할애비가 번갈아 산책을 하고 들어왔습니다.

새아기 퇴근시간에 맞추어 아범이 준모에게 ‘준모야! 집에 가자’고 했더니 준모가 기쁜 표정으로 자기 물건을 하나하나 챙겼습니다.

이제 준모가 물건의 사용주체나 소유 그리고 자기 집이라는 개념을 인식하고

자기 집에 가면 아빠, 엄마가 있고 놀기 편한 시설과 장난감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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