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노느라 낮잠도 자지 않았어요
(2014.7.19)
준모가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급히 벗고는 ‘물’ 하면서 2층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날씨가 더우니 할머니 집에 오면 옥상 하늘정원에 나가 물놀이하는 것이 제일 재미나는 모양입니다.
분사기로 처음에는 꽃에 물도 주고 출입문 유리창을 향해 물을 뿌리다가 하늘에 떠다니는
잠자리 떼를 발견하고는 ‘잠자리~’하고는 물줄기를 그 쪽으로 조준하였습니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던 물줄기는 잠자리까지 미치지 못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옥상 울타리 밖으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준모야! 물줄기가 밖으로 나가면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 옷 다 젖는다.’고 이야기하였지만
그 말을 이해하고 조심하려면 세월이 몇 년은 더 흘러야 되겠지요.
수도꼭지를 조절하여 물줄기의 압력을 조정하였더니 성에 차지 않는지 더 열어달라고 하였습니다.
준모의 요청에도 할애비가 못 들은 체하고 가만히 서있었더니 직접 다가가서
수도꼭지를 돌렸는데 잠기는 방향으로 돌려 물줄기가 더 가늘어졌습니다.
다시 수압을 조정해 준 분사기를 가지고 놀았는데 어느새 그 물줄기가 할애비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당황하여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훔치며 피하는 할애비의 행동이 우스운지
깔깔대며 신이 나서 쫓아다니며 물세례를 날렸답니다.
조손은 다정하게 아파트 광장 산책에 나서고 아범, 어멈은 마트에 장보러 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준모에게 버턴을 누르게 하였더니
정확하게 해당 층수의 버턴을 찾아 눌렀습니다.
할머니 집에는 자주 놀러오지 않는데도 숫자를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는 다시 하늘정원에 나가 물놀이를 하였는데
준모는 신발도 벗어버리고 본격적인 물놀이에 들어갔습니다.
이쪽저쪽 그리고 허공을 가르던 물줄기는 이윽고 나에게로 향했고 할애비도 분사기를 잡아들고는
준모의 발 앞쪽 바닥을 향해 물을 뿌리니 양쪽 발을 번갈아 동동거리며 까르르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조용하던 아파트 옥상에서 갑자기 조손의 큰 웃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윽고 할애비는 안경과 얼굴을 물론이고 온몸이 흠뻑 젖어 옷을 갈아입었고
준모는 2층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켜고는 ‘코코몽, 코코몽’이라고 되뇌어 인터넷을 연결하여 주었더니
화면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프로를 직접 골라 가리켰으며 나중에는 ‘폴리’를 보겠다고 하였습니다.
할애비가 ‘코코몽’이나 ‘폴리’라는 단어를 준모를 통해 알고 있었기에 다행히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졌답니다.
준모가 동영상을 보며 할머니가 만들어 온 감자볶음 한 접시를 다 먹고는 의자에 앉은 할애비 무릎에 올라앉아
몸을 뒤로 비스듬히 기대어 ‘폴리’를 보며 조는 듯했는데 갑자기 ‘아빠’ 하면서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아빠와 엄마를 번갈아 찾아 ‘준모 맛있는 것 사러 시장에 갔다.’고 했더니 ‘같이 가. 같이 가.’하며 방을 나섰습니다.
‘그래 하부하고 같이 가자’며 거실로 내려왔는데 비닐 공을 발견하고는
공차는 놀이에 재미를 붙여 아빠한테 가려고 한 것을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공을 차는 자세나 방향을 조절하는 방법이 예전보다 한 단계 발전되어 제법 공을 잘 찼습니다.
이제는 소파에 올라가서 자기에게 공을 던져 달라고 ‘던져. 던져.’를 연발하였습니다.
공을 던져주면 배구하듯이 손으로 공을 쳐서 공중으로 튀어 오르게 하고는
신이 나서 소파 위에서 팔짝팔짝 뛰며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준모가 소파에서 떨어지면 다친다고 소파에서 내려가 바닥에서 하라고 하였으나
계속 ‘던져~던져~’하면서 할애비에게 재촉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준모야! 내려가서 해야지’하고 짐짓 목소리를 높이며 눈을 흘기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랬더니 공놀이를 계속하면서도 처음에는 힐끗힐끗 할머니를 쳐다보며 화가 났는지 어떤지 표정을 살폈습니다.
정말 화가 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다시금 활짝 웃으며
소파 위에서 팔짝팔짝 뛰어 오르고 공을 손으로 쳐올리면서 좋아하였습니다.
실내지만 여름 날씨에 뛰어노니 더위에 준모의 얼굴이 상기되고 땀을 흘려
선풍기 앞에 앉아 땀을 식히도록 하였으나 선풍기 바람은 쐬지 않고 다시 물놀이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화분과 바닥에 물을 뿌리는가 하였는데 곧 분사기가 나를 향했습니다.
할애비가 물을 피해 얼른 준모 뒤에 붙어서니 ‘비켜~비켜~’하면서
몸을 이쪽저쪽으로 틀어 나에게 물을 뿌리며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물놀이 자체도 재미있지만 할애비가 물을 피하는 행동이나 물에 젖은 모양새가 즐거움을 더 돋우는 모양입니다.
‘준모야! 아빠, 엄마 시장 갔다 올 때가 되었는데 이제 집에 갈 준비를 해야지.’하였더니
‘안 가. 안 가. 더 놀 거야.’하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아범, 어멈이 도착하여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는 할애비 손을 잡아당겨 같이 가자하였고
차에 타서도 앞좌석을 가리키며 앞에 타라고 몇 번이나 재촉하였습니다.
차에 타지 않고 ‘바이~바이~’하면서 손을 흔들어주니 차창의 커튼을 들어 올리고
할애비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사이 서서히 차가 출발하였습니다.
오늘은 준모가 물놀이, 공놀이 그리고 컴퓨터 동영상 보는 것을 번갈아 하며 노느라 낮잠도 자지 않았습니다.
준모야! 즐겁고 활기차게 잘 놀다 가고나니 할애비는 한 동안 네 웃음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고
귀여운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선하여 한참을 넋 빠진 듯 가만히 앉아있었단다.
쉴 새 없는 물놀이 공놀이에 지쳤을 터이니 일찍 푹 자고 피로를 풀도록 하여라.
너를 대하면 기쁨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행복의 샘을 곁에 둔 듯하구나.
할애비와 다음에 만날 때도 신나게 놀게 건강하세요. 안녕...우리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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