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2016.4.10)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준모를 반갑게 안고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하부! 킥보드 어디 있어?’하고 물어왔습니다.
지난 2월에 준모가 할애비한테 모처럼 전화를 해서 ‘싱싱 카(킥보드)’를 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 준모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하부가 당연히 사 주지’하고 흔쾌히 대답을 하고는
밖에서 탈 수 있도록 날씨가 풀리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며칠 전에 배달된 킥보드를 보관해 두고 준모가 놀러 오는 날 전하기로 하였지요.
준모가 보는 앞에서 포장을 풀고 간단하게 조립을 하여
안전 헬멧과 무릎, 팔 보호대를 착용시키고 거실에서 타는 연습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만면에 미소를 띠우며 출발과 정지 연습부터 시작하여 회전하는 방법까지 차례로 익혔습니다.
운동에 소질이 있는 아이라 금방 조종하는 기술을 익히고 조부모를 향해 돌진하는 장난까지 쳤습니다.
나중에는 킥보드를 타고 집에 간다며 할머니더러 같이 가자고 권했습니다.
집까지 거리는 짐작이 안 되지만 길을 모른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킥보드를 타다가 조금 쉴 때 옥상에 올라가서 작년에 방울토마토가 심겨있던 곳으로 찾아갔지만
횅하니 흙만 담겨있는 것을 보고는 아쉬워했습니다.
모종을 사다 심어야 자라서 토마토가 열린다고 설명을 했지만 아직 이해하기에는 이른 나이겠지요.
화분에 다른 꽃들은 잘 자라고 있는데 토마토가 없으니 심기(?)가 불편한지
수도꼭지를 틀어 호스로 할애비에게 물세례를 날렸습니다.
빨리 모종을 구해 심어 여름쯤 준모가 토마토를 딸 수 있도록 서둘러야겠습니다.
앞뒤 주행과 회전을 무선으로 조종하는 헬리콥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고모더러 잡도록 시키고는 킥킥대며 헬리콥터가 피해서 도망을 가도록 작동시켰습니다.
요즘은 준모가 고모와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내가 담배를 피우러 나가거나 딴 일을 하느라 자리를 잠시 비우면 금방 찾아 나선답니다.
자기가 놀고 있는 것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주문인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준모야! 내가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 줄 아니?
준모를 가장 좋아해.’하니 준모가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조금 지나서 물으니 대답이 없어 ‘준모를 제일 좋아하잖아.’하자 준모가 ‘지우도!’하였습니다.
한참 후에 할머니가 또 물으니 준모가 킬킬대고 웃으며
‘여보를 제일 좋아하잖아! 하부를 여보래. 히히히~’하며 할머니를 놀려댓답니다.
다섯 살배기 손자의 농담과 능글맞은 언행이 때때로 조부모를 웃음 짓게 만든답니다.
누굴 닮아서 저렇게 넉살스러운지 어린 손자의 언행을 회상하면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답니다.
내가 준모 보는 앞에서 지우를 안으면 ‘하부는 나하고 놀아야지!’하는
손자의 질책 때문에 지우는 자연히 할머니 차지가 된답니다.
그러다가 기회를 보아 잠깐 지우를 데리고 노는 행운(?)을 얻게 되지요.
잘 울지 않고 다소곳한 면이 있지만 가만히 있지를 않고 계속 여기저기를 다니며 장난을 치니
혹시나 다칠까봐 곁에 붙어 따라다니면서 돌보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랍니다.
장식장 위에도 올라가고 전화기의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 소리를 내다가
수화기를 던져 버리기도 하여 겨우 만류를 해 놓으면
오디오 버튼을 누르고 물건을 바닥에 두드려 소리가 나게 한답니다.
어쩌면 이것저것 만지고 두드려 소리를 내고 버튼을 눌러보고 어디에 올라가고 하는 행동은
호기심의 발로에 의한 것으로 건강한 어린아이들의 공통적인 행동양상이겠지요.
첫돌 전에는 할애비가 안으면 낯이 설어 얼굴을 반히 쳐다보다가
울음보를 터뜨렸는데 이제는 나하고도 잘 놀고 안겨있기도 하지요.
지우는 살짝 잠이 들었고 준모는 킥보드를 타고 집에 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차에 올랐습니다.
준모야! 오늘 킥보드 연습 재미있게 잘 했니?
야외에 나가 안전하고 신나게 타면 건강에도 좋을 듯하구나.
안녕~ 우리 도련님...
지우야! 이것저것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롭니?
그래, 호기심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하나 둘 인지해 나가는 모양이구나.
누가 곁에서 돌볼 때는 마음대로 해도 좋으나 혼자 놀 때는 조심해야 한단다.
안녕~ 우리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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