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여행 첫째 날(외암 민속마을, 추사 고택, 꽃지 해변)
(2018.5.26.)
오늘은 장모님 기일이라 천안공원묘원에 들렀다.
화창한 날씨에 햇살이 따갑게 쏟아졌다.
준비해 간 음식을 상석에 진설해 놓고 절을 올렸다.
돌아가신지 올해로 15년째 되나보다.
막내사위에게 무척 자상한 분이셨는데...
햇볕에 얼굴이 붉어졌다.
무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모양이다.
태안 서초휴양소로 가는 길에 아산 ‘외암마을’과 예산 ‘추사 고택’에 들리기로 했다.
다리를 건너 외암마을에 들어서자 하천변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상류층, 중류층, 서민층 가옥이 차례로 재현되어 있었다.
마을 안엔 벼슬을 했던 양반이 살았던 큰 기와집과 일반 서민들이 살았던 초가집이 넓은 지역에 펼쳐져 있었다.
주민들이 생활을 하고 있는 민속마을이다 보니 생동감이 살아있었으나 관람에 제약이 따르는 불편함도 있었다.
마을에 여러 성씨가 같이 살았으나 예안 이씨 후손 중에 많은 인재가 배출되면서 집성촌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마을은 나지막한 구릉지에 위치하며 뒤쪽으론 상당히 높은 산들이
둘러쳐져 있고 하천이 마을을 감싸 안은 듯 흐르고 있었다.
풍수지리상으로도 마을의 기본적인 요건이 잘 갖추어진 셈이다.
옛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마을 특산품인 연엽주, 조청, 엿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전통 타악기 공연소리를 들으며 나무 그늘에 앉아
준비해 온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예산에 있는 ‘추사 고택’으로 향했다.
추사 기념관에 들러 ‘추사 김정희’의 일대기와 업적 등 기본적인 내용을 확인했다.
추사 본인에 관해서는 대충 알고 있었으나 고조부가 영의정이었으며
증조부는 옹주와 결혼한 ‘부마’라는 가문에 관한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고택의 사랑채와 안채 기둥마다 여러 가지 내용의 주련(柱聯)이 달려있어 눈길을 끌었다.
대충 훑어보던 중 안채의 기둥에 붙어있는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 가장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고)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 가장 훌륭한 모임은 부부, 아들 딸, 손자의 모임이다)이라는 주련이 눈에 띄었다.
검소한 유교적 생활이 보편화되었던 약 200년 전의 시대상을 고려하면
앞 구절은 쉽게 수긍이 되었지만 뒤 구절은 다소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생각이겠지만
조선시대 지체가 높았던 학자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은 다소 의외였다.
강렬한 햇볕에 지쳤지만 근처에 있다는 ‘예산 용궁리 백송’을 찾아가 자태를 둘러보았다.
소나무 줄기의 껍질 표면이 페인트로 색칠을 한 듯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백송은 중국 원산의 희귀한 소나무 품종이라고 한다.
서초휴양소를 찾아가니 특별한 편의시설은 없었지만 깨끗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음식물을 냉장고에 넣고 짐 정리를 한 뒤에 일몰시간을 고려하여 꽃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꽃지 해변은 해수욕장뿐만 아니라 할미, 할아비 바위와 아름다운 낙조로도 유명한 곳이다.
예전에 왔을 땐 밀물 때라 해변에서 바라만 보았는데
오늘은 썰물 때라 바닷길로 할미, 할아비 바위로 걸어 들어갔다.
석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자 시원한 바다바람이 불어오고 관광객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방포항과 연결된 아치형 교량 위에서
꽃지 해변과 바위, 하구 쪽의 등대 그리고 멀리 검붉은 서해를 바라보았다.
일몰구경을 끝내고 멀리 서해 바닷가에 왔으니 저녁엔 생선회를 떠서 숙소에서 먹기로 했다.
안면도를 벗어나기 전에 회를 떠주는 곳이 있다는 백사장항으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어촌의 조그만 항구 정도로 생각했다.
주변이 어두워진 뒤에야 백사장항에 들어섰는데
어시장과 늘어선 횟집에서 흘러나오는 화려한 조명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시장과 횟집의 수효와 규모가 상상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바다너머로 설치된 높다란 교량에서는 야간 조명이 번쩍이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상 위에 생선회와 매운탕 그리고 준비해 온 음식을 펼쳐놓고 먹으며 오붓한 저녁을 보냈다.
잠자리야 집만큼 편한 곳이 없겠지만 이렇게 여행을 나서면
근심걱정 잊어버리고 미지의 세계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 좋다.
(외암 민속마을)
(추사 고택)
(꽃지 해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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