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2018년

우산 방패가 등장한 물싸움

돌샘 2018. 9. 7. 21:18

우산 방패가 등장한 물싸움

(2018.8.25.)

준모와 지우가 가방을 메고 날씨가 맑은데도 예쁜 분홍색 우산을 들고 반가운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사와 짐을 풀어놓고는 준모와 할애비만 집에 남아 카드놀이를 하고 모두들 마트에 장보러 갔습니다.

최근에 조손이 카드놀이를 할 때면 준모가 규칙을 자꾸 바꾸어 바뀐 내용을 따라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할애비에게 유리한 판국이 전개되면 게임 도중에도 규칙을 변경하여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만들 때도 있습니다.

미운 여섯 살(준모가 만 여섯 살)이 되면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고 잘난 것으로 인식하여

고집이 세어진다더니 준모의 생각과 행동에도 그런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간혹 떼를 쓰다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서운한 말을 들으면 울음보를 터뜨린답니다.

예전에는 미운 일곱 살이라 했는데 요즘은 보고 듣는 것이 많아 그런지 앞당겨지는 모양입니다.

자라면서 겪고 지나가야 하는 심리현상이라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고 적응해 나가기를 바란답니다.

게임을 마치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중에 지우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현관문이 열렸습니다.

장을 보고 오면서 준모가 부탁한 풍선을 한 통 사왔습니다.

풍선을 불어 공중에 날리고는 손으로 쳐올리거나 로봇 검으로 야구하듯이 치면서 놀았습니다.

할머니는 부엌에서 준모와 지우가 주문한 메뉴를 중심으로 저녁 준비를 하였습니다.

준모랑 지우랑 거실에서 놀다가 어느 순간 하늘정원으로 우르르 몰려나갔습니다.

 

슬리퍼대신 각자 신발을 갖다 주자 준모와 지우는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분사기를 잡고 수도꼭지를 틀 때까지는 눈치를 보는 듯 멈칫거렸습니다.

일단 분사기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자 물줄기는 꿈틀대며 하늘로 치솟았고 남매는 신이 났습니다.

분사기를 먼저 잡은 사람이 상대방에게 물을 뿌리며 공격하자 우산은 멋진 방패(?)로 변신을 했습니다.

그제야 날씨가 맑았지만 예쁜 우산을 들고 온 이유가 밝혀졌답니다.

분사기를 가로채는 경쟁을 벌이다 빼앗기면 재빨리 우산으로 방어자세를 취해야 물세례를 피할 수가 있었습니다.

물싸움을 할 때 우산으로 막는 아이디어가 더해져 그야말로 창과 방패가 등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한여름의 더위는 가셨지만 수돗물의 수온이 미지근해 물놀이에 무리는 없었습니다.

물이 울타리를 넘거나 다치지 않도록 만 보살피고 물장난 자체는 말리지는 않았습니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지만 가을이 오고나면 아쉬운 생각도 들겠지요.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가을보다도 여름이 더 즐겁고 재미있는 계절일 것 같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물론이고 할애비와 아범도 온몸이 흠뻑 젖고 체력이 소진되어서야 물놀이가 끝났답니다.

 

준모와 지우가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여 사전에 예약한 김밥과 파전,

미역국을 비롯해 저녁이 차려지자 식탁에 삥 둘러앉았습니다.

음식 맛도 그렇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고 배가 고프니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식사 후에는 축구공과 생수, 수건을 챙겨들고 서초중학교로 산책 겸 운동을 하러 갔습니다.

준모의 공차기 파워를 감안하면 동네 놀이터는 좁고 학교 운동장으로 가야 제대로 찰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축구장에는 중학생들이 시합을 하고 있어 농구장 부근에 자리를 잡고 마주보며 공을 찼습니다.

준모는 가슴으로 볼 컨트롤도 해가면서 마음껏 공을 찼습니다.

바운드되는 공을 가슴으로 떨어뜨려 컨트롤 하는 기술은 할애비보다 나았습니다.

조손이 공차기를 하는 동안 지우는 할머니와 아빠 엄마 앞에서 철봉 매달리기를 했습니다.

지우가 철봉대에 오랫동안 매달려 오빠 못지않은 운동능력을 과시했다고 합니다.

오빠와 할아버지가 서로 주고받으며 공차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는지 달려와 손으로 공을 잡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면 지우도 함께 공을 차겠다고 나설 것 같습니다.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앉자 학교건물에 설치된 조명등이 켜져 운동장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준모와 지우는 소파에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았습니다.

한 프로가 끝나자 지우가 이제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겠다고 하였습니다.

예전엔 오빠와 동생이 서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먼저 보겠다고 다투었는데,

이제는 오빠가 먼저 한 프로를 보면 다음엔 지우가 좋아하는 프로를 보는 양보도 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준모와 지우가 하늘정원에서 예쁜 우산 방패(?)까지 동원하여 용호상박의 물싸움도 벌리고

넓은 운동장에 나가 체력단련과 묘기를 뽐내며 여름의 끝자락을 신나게 보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