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35

서울하늘에 뜬 무지개

서울하늘에 뜬 무지개 (2021.7.19.) 지방에서 보낸 소년시절, 여름철에 무지개를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갑자기 세찬 소나기가 내렸다 개거나 햇볕이 난 상태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나면, 어김없이 저편 하늘에 찬란한 무지개가 떴던 기억이 난다. 갠 하늘에서 때 아닌 빗방울이 떨어지면, 야시비(여우비)라 부르며 친구들이랑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좋아했다. 야시비가 오는 날엔 ‘호랑이가 장가가고 야시(여우)가 시집간다.’고 했었지... 청년시절 이후 줄곧 서울생활을 해왔지만,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본 기억이 없다. 서울하늘이라고 무지개가 뜨지 않았을 리야 없겠지만,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해 기억에 남지 않은 모양이다. 소년이 무지개를 바라볼 때면 가슴이 설레곤 했는데... 청년이 된 이후로는 편안히..

어떤 친구모임

어떤 친구모임 (2019.7.13.) 친구들 모임을 모처럼 주말에 정하고 팔당대교 남단 부근에서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중학교 동창들이지만 대부분 객지에 나가 공부를 했고 전공과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생각이나 성격도 차이가 많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모임이라 참여율이 꽤 높다. 식사를 마치고 한 친구의 제안으로 기분전환 겸 강바람을 쐬기로 했다. 팔당댐을 건너 덕소 부근 강변에 있는 카페에 들리려고 했지만 교통체증이 심해 지나쳐야 했다. 강변을 따라 내려가다가 찾아든 곳이 미사리 건너편 강북에 있는 미음나루였다. 음식점과 카페로 특화된 동네이지만 낮이라 그런지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한강을 바라볼 수 있도록 높은 곳에 위치한 카페를 찾았다. 건물 입구에 들어설 때만 해도 평범해 보였는데 ..

마산의 구도심

마산의 구도심 (2018.11.24.) 묘사 준비가 마무리되자 저녁엔 어머님을 모시고 어시장 횟집으로 갔다. 어머님도 잘 아시는 나의 중학교 동창 친구도 자리를 같이 하기로 했다. 친구는 몇 년 전부터 매일같이 어머님께 안부전화를 드리고 건강 조언도 하고 있다. 자식도 못하는 일을 정성스럽게 하고 있으니 때로는 민망하기만 하다. 어머님을 내려드리고 어시장 주변 대로변에 주차를 하려니 빈자리가 없었다. 어머님이 집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먼저 약속장소로 가신 것이 다행이었다. 명절 때 생선회를 사러 종종 오던 곳이라 주변지리에 어둡지 않지만 오늘따라 낯설게만 느껴졌다. 주차장을 찾아 헤매다가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곳을 거쳐 구도심 불종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온갖 모양의 화려한 장식등이 거리..

지공거사가 되어

지공거사가 되어... (2017.3) ‘지공거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느 친구가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을 인용하여 ‘~나이 마흔에 불혹(不惑)하고 쉰에 지천명(知天名)하였으며 예순에 이순(耳順)하고 일흔에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하였다는 내용에 덧붙여 ‘예순다섯은 뭐라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처음 듣는 말이라 궁금하여 ‘뭐냐?’고 되물었던 때가 칠팔 년은 되었나보다. 예순다섯을 ‘지공거사’라 한다고 알려주었다. 지공거사? 논어의 내용을 한두 번 훑어보기는 했는데 그런 말이 있었나? 순진한지 바보스러운지 어디에 그런 내용이 나오느냐고 물으니 그제서야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예순다섯 살이 되면 지하철을 공짜로 타니 우스갯소리로 ‘지공거사’라 한다고 알려주었다. 같이 웃었지만 그 ..

강화 교동도

강화 교동도 (2016.5.21.) 이번 달 고등학교 동창모임은 강화 교동도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양재역 부근에 30여명이 집결하여 관광버스를 타고 교동도로 향했다. 교동도는 섬이지만 근래에 연도교로 연결되어 버스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강변도로를 타고 김포를 거쳐 강화도로 가는 길가 논에는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교동도는 현재도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으로 군부대에 신고를 하고 교동대교로 진입하였다. 버스가 다리를 건널 때 차창 북쪽으로는 아스라이 북한 땅(연백)이 보였다. 교동향교와 화개사 진입로는 좁은 시골길이라 차에서 내려 걸어야 했다. 향교와 화개사 갈림길에는 읍내리 비석군이 조성되어 있었다. 교동도에 부임한 지방관의 선정을 칭송한 송덕비 등이 관내에 흩어져 있던 것을 모두 한곳에 모았다고 한..

안보 및 문화탐방

안보 및 문화탐방 (2015.5.30) 고등학교 동기동창들이 철원 안보 및 문화탐방에 나섰다. 예전엔 동기회 월례모임이 주로 저녁에 식당에서 열렸는데 신임 회장의 열의와 헌신 덕분에 오붓한 여행을 하게 되었다. 철원은 타지역을 여행하기 위하여 경유한 적은 있지만 여행대상지역이 된 것은 나에게 처음이다. 일행이 탄 관광버스는 8시경 양재역을 출발하여 10시경 철의삼각전적관에 도착하였다. 여행신고를 마치고 10시 30분경 에스코트를 받고 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제2땅굴 현장으로 향했다. 땅굴 안으로 들어가 땅굴의 규모와 형태, 발견경위, 북한에서 땅굴을 팠다는 증거를 직접 확인하고, 수색과정에 순직한 장병들의 위령탑에도 들렀다. 철원 평화전망대로 가서 평강고원에서의 남북대치 상황과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