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홍탁 이야기

돌샘 2014. 11. 30. 11:48

홍탁 이야기

내가 삭힌 홍어를 처음 먹어 본 것은 70년대 후반쯤이다.

직장선배가 남자가 술깨나 먹는다고 하면 홍탁(홍어와 탁주)은 반드시 먹어보아야 한다고 2차를 홍어집으로 안내했다.

술이 어느 정도 되었으니 냄새는 심하게 느끼지 못했고 씹을 때 꼬들꼬들한 감촉과 깊은 맛이 구미에 맞았던 모양이다.

어느 날 퇴근 후 내가 선동하여 동료들을 홍어집으로 안내했을 때의 낭패감이란...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부터 나기 시작하는 쿰쿰한 냄새, 모두들 일그러진 표정에 문 열기를 망설이는 행동들.

그러나 홍어를 안주삼아 탁주(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나자 모두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주거니 받거니 밤이 새는 줄 몰랐다.

 

10여년 전 나주에 출장 갔을 때 영산포에서 홍어를 먹고 포장을 해 와 집에서 먹었는데

집사람은 역겨운 냄새가 난다며 멀찌감치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러다가 직접 먹으면 냄새가 나지 않으니 한번 먹어보라는 권유에 못 이겨 맛을 보고는

이제는 별미를 먹어보는 수준이 되었다.

근래에는 대형마트에서도 삭힌 홍어를 포장하여 판매하니 먹고 싶을 때면 손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단, 딸아이가 야근하는 날이나 외출한 휴일을 택하여 먹고 얼른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수고쯤은 감당해야 한다.

 

최근에 나주에 출장을 가서 점심때 일행과 함께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 위치한 삭힌 홍어 전문점에 들렀다.

연세가 지긋하게 드신 분부터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손님이 꽤 많았다.

홍어축제도 열린다더니 홍보가 잘된 탓인지 예전보다 손님도 많고 건물과 실내도 새롭게 단장되었다.

홍어 정식을 시키니 홍어무침, 홍어탕수, 삼합, 홍어 애와 코, 홍어튀김, 홍어전, 홍어찜, 보리애국과 밥이 차례로 나왔다.

일행 중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막걸리를 곁들여 홍어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이 덜한 것 같았다.

삭힌 홍어의 대중화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한다.

대중화가 자칫 특유의 맛을 잃어버리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포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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