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일상사/집사람 생일

할머니 생신 축하 모임

돌샘 2022. 9. 4. 10:06

할머니 생신 축하 모임

(2022.8.27.)

집사람 생일에는 손주들이 야외에서 뛰놀며 식사할 수 있는 음식점을 일찌감치 예약해 두었으나 취소를 해야 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각자 다니는 회사들이 바쁜데다 소민이가 가는 어린이집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서운한 마음이 앞섰지만 현실을 감안해 전가족의 만남은 다가오는 추석으로 미루었답니다. 아범이 특근을 마치고 저녁 무렵에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교통정체가 심해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준모와 지우가 환하게 웃으며 나타나 조부모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준모는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할아버지~ 우리 나중에 윷놀이해요!”라며 놀이 예약(?)부터 했습니다.

 

손주들에게 책 선물을 전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둘러앉았습니다. 별미로 사온 족발이 상에 놓여 있었는데, 지우가 내게 자기는 보쌈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족발과 보쌈 두 가지를 배달시켜 먹었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가족 모두가 족발을 좋아할 것이라고 쉽게 판단한 할애비 기억에 문제가 있었답니다. 식사 후에는 간단하게나마 할머니 생신 축하 행사를 가졌습니다. 손주들이 할머니 양쪽에 나란히 앉고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촛불을 켰습니다.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며 사진과 동영상도 촬영했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준모와 지우는 서로 먼저 촛불을 끄려고 암투를 벌였답니다.

지우는 본인이 정성 드려 그린 여우그림 액자를 가져와 할머니께 생일 선물로 드렸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데 많은 수고와 노력을 들인 듯 잘 보관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답니다. 할머니는 손주로부터 좋은 그림 선물을 받고 기쁜 듯 흡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케이크를 잘라 각자 취향에 맞는 아이스크림 종류를 선택해 맛있게 먹었습니다. 소민이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데... 할머니 생신 축하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은 잠시고 건강을 지키는 것은 큰일이니 슬기롭게 참아야 되겠습니다.

 

준모가 만날 때부터 요청한 윷놀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할머니는 윷놀이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손주가 원하니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우에게도 의사를 물었더니 윷놀이를 함께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우는 평소 놀이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해 아쉬웠는데 같이 놀겠다고 하니 반가웠습니다. 편을 어떻게 나눌 지 잠시 망설이다가 준모의 제안으로 남, 여 팀을 구성했습니다. 윷놀이는 초반부터 중반까지 할머니와 지우의 여성팀이 많이 앞서가는 바람에 남성팀의 패색이 짙었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준모가 를 여러 번 던지며 선전한 덕분에 힘든 역전승을 거두었답니다.

준모는 윷놀이를 계속하자며 윷놀이에 애착을 가졌습니다. 평소에도 윷놀이를 좋아하는데다가 신나는 역전승까지 거두었으니 더욱 재미있나 봅니다. 할머니가 오늘은 할머니 생일이니 내가 좋아하는 루미큐브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준모가 할머니 생일이라는 말에 순순히 양보를 해 루미큐브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준모가 하고 싶은 게임을 상대방에게 양보하는 성숙함을 보여 흐뭇했습니다. 지우도 루미큐브게임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오늘 손주들이 할머니 생신 대접(?)을 톡톡히 하나 봅니다.

막상 게임이 시작되자 초반엔 모두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접전이 벌어졌습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준모가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지우도 전혀 모자람 없는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첫째 판은 준모가 다른 사람들의 아쉬움 속에 아슬아슬하게 이겼습니다. 둘째 판은 다들 손쓸 겨를도 없이 준모가 완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준모가 게임을 다 이기고 나서 할머니께 한 말이 걸작이었답니다. “할머니 생신날 제가 두 번 다 이겨 죄송합니다.”...

 

* 집사람 생일 모임 이야기는 이제껏 손주들의 활동 내용에 포함시켜 왔는데 이번에 카테고리를 신설했습니다.